사진 예술계의 거장 랄프 깁슨(66)의 첫 국내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다음 달 4일까지 선화랑·선 아트센터에서 그의 대표작 9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초기작품''3부작''에로티시즘''컬러사진' 등 4개의 주제로 나뉘어 소개된다. '몽유병자' 시리즈 중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손의 '핸드 스루 도어'(Hand through door),첫 경험이지만 이미 겪어본 것 같은 '데자부' 시리즈,누드 사진 작업의 '바다에서 보낸 나날'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매니큐어가 칠해진 여자의 손톱,검은 스타킹을 신은 나신 등 1970년대부터 작업하고 있는 '에로티시즘'의 미학도 느낄 수 있다. '컬러사진'에서는 선명한 색깔 대비와 명암 차이를 이용한 천연색 사진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다. 그는 전통적 사진기법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문제,꿈과 욕망,불확실한 현실 등 추상적인 문제를 간결하면서도 대담한 이미지로 표현해왔다. 실제로 기자회견 자리에서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많은 사람들은 손가락에 초점을 맞추지만 난 그 뒤의 배경이나 손가락 사이의 구도에 관심을 갖는다"고 그는 말했다. 예술적 사고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02)734-0458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