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델컴퓨터 본사 공장에는 창고가 없다. 재고가 없기 때문이다. 1984년 단돈 1000달러를 가진 대학 중퇴생에 의해 창업돼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로 성장한 이 회사만의 강점이다. 제품을 팔아 주는 소매점이나 대리점도 없다. 유통 과정의 사슬을 모두 없앤 대신 인터넷이나 전화·팩스를 통한 맞춤식 통신 판매를 하는데 그 과정이 특이하다. 이 회사는 상품을 생산하기 전에 광고부터 하고 주문을 받는다. 고객으로부터의 입금이 확인되면 신용으로 부품을 구입한 후 즉시 제작에 들어간다. 조립에서 배송 컨테이너로 옮겨지기까지 불과 네 시간 소요. 최소 1주일 이상 제품을 창고에 쌓아 둬야 하는 타 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 경쟁력을 지녔다. 공장 직원 2000여명이 이렇게 해서 만들어내는 컴퓨터는 하루 평균 2만대. 또 다른 장점은 부품 대금 지급이 고객의 입금 이후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현재 가격이며 수개월 전 고가로 구입한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델의 비즈니스 모델이 점포 판매 방식에 비해 이익·현금흐름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벤치마킹할 전략적 포인트는 무엇일까. '개인과 회사를 강하게 만드는 36가지 핵심'(가와세 마코토 지음,현창혁 옮김,일빛)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비즈니스 운영시스템(OS)이라 할 만한 신간이다. 한 회사 기획실 실장과 주임의 대화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우리 기업들이 흔히 겪는 문제를 매우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패권을 쥐고 있는 '사막 시장',제철이나 자동차같이 3~5개 대기업이 과점하는 '사바나 시장',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열대우림 시장'으로 전체 흐름을 그린 후 리스크 가능성이 높은 급소가 어디인지를 짚어 주는 각론도 자세하다. '콘서트 홀을 세워 놓으면 시민들이 음악을 들으러 오고,도로를 깔면 차가 달리게 될 것이며,시스템을 만들기만 하면 기업이 도입하리라는 위험하고 안이한 발상을 버려라.' 214쪽,1만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