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민들이 '서초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 꼽은 김영모 과자점.'타워팰리스 빵집'으로 더 유명한 이 집 주인은 '빵 하나로 세상을 경영하는 남자'다. 신간 '빵 굽는 CEO'(김영모 지음,김영사)는 열일곱살에 밀가루를 묻히기 시작한 이래 35년간 명장의 길을 개척해온 그의 인생과 경영 이야기다. 그는 수련공 시절 공장장이 짜는 버터크림 장미꽃과 똑같은 모양을 만들기 위해 남들이 자는 동안 밤새 연습했고 군대에서는 손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해 볼펜으로 버터크림 짜는 연습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다. 제과점에 들어가서도 그의 집념은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1982년 서초동 6평 가게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빵집을 열었다. 품질에 관한 한 그는 최고의 고집불통이었다. 직원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잘못 보관해 냄새가 배자 400개를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하룻밤에 다시 만들어냈다. 공부도 열심이다. 10여년 전 프랑스 연수여행 중 작은 빵집에서 천연발효빵을 발견하고는 해마다 찾아가 그집 할아버지에게 매달려 노하우를 배웠다. 한국 기후와 맞는 천연발효에 성공하고 제품화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제빵개량제나 화학첨가물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천연효모만 사용하는 웰빙빵 시대를 연 것이다. 이처럼 오로지 맛 하나로 승부하면서 한눈 팔지 않고 걸어온 그는 역삼럭키점,도곡타워팰리스점 등 4개의 매장을 직영하고 있다. 전국 각지와 미국 LA에서 체인점을 열자고 몰려들었지만 그는 정중히 사양했다. 이름을 파는 것보다 맛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도 '해고 없고 월급 안깎는다'는 원칙을 지킨 그는 미혼 직원들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하고 단순한 직장이 아닌 가족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공부보다 빵을 더 좋아하는 둘째아들은 유럽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그의 뒤를 잇고 있다. 불행한 가족사로 눈물젖은 빵을 먹고 자란 그는 지금 타워팰리스에 산다. 256쪽,99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