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인슈타인이 그 유명한 특수상대성 이론과 광전효과 및 브라운 운동에 대한 논문을 쏟아내 과학 역사상 가장 극적인 해로 기억되는 1905년으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세계 물리의 해'다.


이에 맞춰 멋진 과학 대중서가 나왔다.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엘러건트 유니버스'(The Elegant Universe)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의 신작인 '우주의 구조'(The Fabric of The Universe,박병철 옮김,승산)가 그것이다.


현대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두 축은 일반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아인슈타인에 의해 완성된 일반상대론은 중력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항성,은하계,우주의 거대구조 등을 다룬다.


반면에 양자역학은 원자 또는 그보다 작은 물질들의 세계를 기술하는 이론이다.


두 이론 모두 관측 및 실험 결과들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또한 자연계가 경험에 의한 세계관을 뛰어넘어 심오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반상대론은 뉴턴의 고전적인 역학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블랙홀이나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같이 거대한 물질이 원자보다 작은 영역에 모여 있을 때를 기술하기에 부족하다.


21세기 물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일반상대론을 양자역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며 그 해결책으로 가장 강력한 후보가 바로 '끈 이론'이다.


끈 이론과 함께 최근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는 관측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우주론'이다.


이 책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현재의 우주론에 이르는 여정을 차근차근 소개한다.


'공간이란 실재하는가? 아니면 상상력이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인가?'라든가 '시간은 정말로 흐르고 있는가? 시간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가?' 등의 어찌 보면 철학적인 질문들이 사실은 상대론과 양자역학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에 맞닿아 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논증한다.


아직 우주의 시작을 나타내는 빅뱅 자체는 그 실재 여부를 포함해 이론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빅뱅 직후 급팽창이 존재했다는 인플레이션 이론이 현재 우주에 관련된 많은 관측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이를 보다 근본적인 '끈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소개한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해 현재의 끈 이론에 이르는 물리학의 여정을 기술한 전작 '엘러건트 유니버스'에 비해 이 책은 시간과 공간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훨씬 쉽고 한 번 손에 잡으면 계속 읽게 만든다.


심오한 개념들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저자의 재능은 특히 두드러진다.


미묘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명확하고 균형 있게 소개한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전문적이고 풍부한 후주는 호기심 많은 독자들을 우주론의 깊은 세계로 유혹한다.


번역은 매우 매끄럽고 정확해 마치 원서를 읽는 듯했고,이는 커다란 기쁨이었다.


두툼하긴 하지만 한 권으로 물리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으니 이번 여름에는 이 책과 함께 하는 게 어떨까.


747쪽,2만8000원.


현승준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