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액션영화 '씬 시티'는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처럼 만화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영화화 과정에서 만화보다 영화 스타일을 따랐던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과 달리 '씬 시티'는 만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등장인물의 실루엣이 강조된 흑백화면은 마치 만화의 삽화 같다.


흑백 화면에서 빨간 피, 초록 눈동자,노란 머리카락 등이 유난히 눈에 띈다.


주인공들은 중력을 초월한 듯한 움직임으로 적을 제압한다.


그들은 무수한 총탄세례에도 끄떡없고 손마디가 절단돼도 통증을 모른다.


등장인물들이 사는 세계는 1940년대 할리우드 범죄영화속의 한 장면과 비슷하다.


어두운 거리에는 비가 내리고 비열해 보이는 인간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도입부는 특히 충격적이다.


한 남자가 대도시의 옥상에서 여인과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면서 권총으로 살해한다.


영화에는 소아성애자, 인육을 먹는 살인마, 여자를 때리는 부패 경찰 등 패륜적 남성들이 가득하다.


그들의 희생양은 주로 매춘부,웨이트리스, 스트립댄서 등이다.


오로지 사랑이 타오르는 순간에만 정의가 '반짝' 살아난다.


'스파이더맨' '배트맨'보다 한층 절망적인 상황인 셈이다.


영화에는 범법자가 내레이터로 나선다.


그것은 마치 감독이 타락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세 가지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하나로 연결하는 구성 솜씨는 능숙하다.


처음과 끝이 맞물리는 순환적인 구조는 이 작품의 공동연출자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맏는 영화 '펄프 픽션'과 유사하다.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 하드'의 희생적인 형사 이미지를 그대로 빌려와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80년대 후반 '나인하프위크'와 '와일드 오키드'에서 성적 매력으로 여성팬들을 사로잡았던 미키 루크가 무지막지한 스트리트 파이터로 변신한 모습은 놀랍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역 엘리야 우드는 우유부단한 청년에서 냉혹한 여성살인마로 바뀌었다.


30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