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갔던 일본 제조업체들이 다시 일본으로 'U턴'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관련업체를 중심으로 해외에 있던 공장을 일본으로 이전하거나,새 공장을 국내에 건설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해외공장을 세울 경우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는데다 저성장을 감안,일본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일본 기업들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핵심사업과 수익비중이 높은 '캐시카우'부문을 가급적 국내에 존치시키려는 일본 기업들의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본 정부와 지자체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장부지 저가 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는 것도 일본 제조업체들의 생산기지 'U턴'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캐논은 800억엔(8000억원 상당)이 투자될 사무관련기기 제조공장을 오이타시에 새로 짓기로 했다. 이 공장의 인력규모는 1000명 선으로 프린터 등에 사용되는 카트리지 및 잉크 제품 등을 오는 2007년 1월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중국 등에 해외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첨단기술 유출이 우려되는데다 사무관련기기가 지난해 영업이익(5400억엔)의 60% 이상을 차지한 핵심사업인 점을 감안,국내에 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잉크 등의 생산에 물이 많이 필요한 점을 겨냥,수자원이 풍족한 오이타시가 싼 값에 공장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도 고려됐다. 이와 관련,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사장은 "독자적인 생산기술은 일본 내에 남겨 국제 경쟁력을 높여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캐논은 이 밖에 차세대 슬림형TV,고급 복사기,디지털카메라 등 수익성이 높은 유망 '알짜 제품'은 일본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앞서 도시바는 2700억엔이 소요되는 플래시 메모리 생산공장을 일본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바는 또 지난달 캐논과 공동으로 1800억엔을 투자,효고현에 차세대 슬림형 TV용 표면 전계 디스플레이(SED)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샤프도 지난 1월 액정 패널 8세대 공장을 미에현에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03년 이후 액정 패널 및 액정TV 관련 신공장을 모두 일본에 설립하고 있다. 후지쓰는 노트북 PC와 데스크톱 생산을 일본 내 두 곳에 집약해 일관 생산하는 체제를 갖췄다. IT업체를 중심으로 해외공장을 아예 일본으로 이전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켄우드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휴대용 MD플레이어 공장을 국내로 옮겼다. 소니는 일찍이 2002년에 중국 캠코더 생산 공장을 국내로 이전시켰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2004년 제조백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해외공장을 일본으로 이전한 업체는 정보,의료,디지털 기기 등 첨단 업종을 중심으로 12개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본 제조업체들의 U턴에 대해 수익의 핵심이 되는 첨단 제품을 끝까지 일본 내에 존속시켜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을 지키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하고 있다. 히토쓰바시대학의 이타미 히로유키 교수(상학과)는 "부가가치가 높거나 일본시장 의존도가 큰 제품은 일본에서 생산해도 해외생산과의 비용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카이야 타이치 전 경제기획청장관은 "세계시장의 글로벌화로 생산부터 판매까지 최적화를 이룰 수 있는 분업이 가능해졌다"며 "이를 통해 채산성을 갖출 수 있는 제품은 국내 생산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