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중반 미국의 AT&T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장거리 통신사업 독점 금지로 회사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러자 밥 앨런 회장은 '우리 공동의 약속-AT&T의 방향'이라는 노란색 노트를 책상 위에 얹어놓고 사원들의 의견을 적게 했다. 사원들은 이 노트에 △주주 △고객 △사원 모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자고 적어 넣었다. 지금까지 서비스는 고객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AT&T는 내부사원에 대해서도 서비스를 하기로 다짐했던 것이다. 이를 시행하자 AT&T는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선진국 기업들은 △인간존중 △사회적 책임(SR) △윤리경영 △신뢰경영 등 내부서비스와 외부서비스가 결합돼야 성장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세계 최대 우주항공사인 보잉도 '정도경영 선언서'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서로를 존중한다' '신념과 책임을 충실히 이행한다' '진실만을 말한다' '최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 등 8개 서비스 항목을 명시했다. 인텔은 '고객 우선' '결과 우선' '규율' '일하고 싶은 직장' '품질' '위험감수'의 기치 아래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의 입지를 강화한다' 'PC를 유비쿼터스 성격의 쌍방향 장치로 만든다' '옳은 일을 옳은 방식으로 수행한다'는 3대 목표를 내세워 성공했다. 80년대 수익이 50%나 곤두박질쳤던 제록스가 다시 업계의 강자로 부상한 것도 고객과 사원만족에 헌신하는 서비스정신 덕분이었다. 미국에선 중소기업들도 내부사원에게까지 서비스하는 정신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휴스턴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업체인 BMC가 그렇다. 이 회사는 사내에 은행 가게 세탁소 미용실 등을 두루 갖춰 놓고 있다. 회사 안은 하나의 타운을 형성한다. 회사는 공원이자 대학의 캠퍼스 같은 곳이다. BMC는 일터라기보다 살기에 편한 곳인 셈이다. 사내에서 먹고 마시고 잠자고 쇼핑도 한다. 사내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생명공학회사 암겐은 체스,정원 가꾸기,족보 연구,항공기 조립,연설,스킨스쿠버,사회봉사 등 웬만한 대학과 맞먹는 교양프로그램을 사내에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사원들의 인간관계와 생활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야말로 우수한 기업이자 존경받는 기업이다. 이러한 여건 변화를 감안,한국표준협회는 올해 한국서비스대상기업을 선정하는 심사기준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직원복지 등을 주요 항목으로 넣었다. 또 고객만족경영과 함께 직원의 만족도도 평가항목으로 정한 것이다. 드디어 서비스는 기업내부와 외부를 모두 포함하는 정신을 뜻하게 됐다. 이번에 표준협회가 선정한 서비스대상기업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연속 6년째 수상,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삼성서울병원은 5년째 연속 수상을 해 내년엔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금호산업레저사업부와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월드 삼성테스코는 4년째 연속 수상했다. 서비스는 기업의 미래를 평가하는 기준이 돼가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