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시노련 대출비리 수사가 한국노총 지도부의 비리의혹으로 번지고,민주노총 산하 현대자동차 노조 전·현직 간부가 취업 장사와 납품 비리에 개입하는 등 노조의 구조적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노동계의 모럴 해저드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노동계는 비리차단을 위해 상급단체 차원에서 잇따라 혁신위원회를 구성,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노동계는 비리 방지를 위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행정관청의 감사제 도입 등에 대해 노조의 독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어 비리는 쉽사리 뿌리뽑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락하는 도덕성,날개는 없나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며칠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조가 권력화 관료화되면서 비리에 연루된 측면이 있다"며 "어지간한 노조는 비리에서 자유스럽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분석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마치 고구마줄기에 딸려나오듯 노동현장 곳곳에서 드러나는 노조의 비리 양상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만큼 비리의 골이 깊다는 얘기다.


사실 노조 비리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노조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살포하는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단위노조 산별연맹 총연맹 위원장 선거 때에는 노조 성향과 후보에 따라 수억원씩을 쏟아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산하 모 연맹에서 근무했던 L씨는 "위원장이 되면 엄청난 이권과 권한이 뒤따르기 때문에 과감히 베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비리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처럼 취업장사다. 대기업 노조가 권력화되면서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직원채용에까지 개입하며 돈을 챙긴 것. 이 때문에 회사임원보다 노조간부를 통해야 취업이 잘 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또 노조의 각종 용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역시 노조의 구조적 비리 중 하나로 꼽힌다.


체육행사나 연말 추석명절 때 기념품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으레 업자들과의 검은 거래가 성사된다는 것이다.


○자정대책 실효성 의문


잇따라 비리가 드러나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비리를 뿌리뽑을 근절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총은 지난 16일 조직개혁방안 방향을 제시했다.


골자는 외부회계감사제 도입과 비리연루 간부의 임원진출봉쇄,간부 재산공개,재정자립도 확보 등이다.


이 중 외부회계감사제의 경우 내부 간부 몇명이 요식적으로 점검하는 현재의 감사제도에 비해 개선됐지만 조직의 투명성을 완전히 보장하기는 어렵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들이 분식회계를 하듯 진행될 경우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도 조직혁신위를 구성,감사기능 강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나 한국노총안보다 진전된 방안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혁신위는 윤리강령 채택,자체감사기능 강화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동계는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행정관청의 노조 감사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행정관청이 요구할 경우 노조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제출해야 한다.


행정관청에 보고할 재정내역 대상은 노조간부와 직원에 지급된 모든 비용을 비롯 노조 간부와 직원에 대한 대여금,기업에 대한 대여,대출금 등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