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은 소전(액면가와 그림 등이 새겨지지 않은 반제품 상태의 동전)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지난 1973년 대만에 처음 수출했으며,현재 60여개국에서 30억명이 풍산의 소전으로 만든 동전을 쓰고 있다. 풍산이 지금까지 만든 소전을 모두 이어놓으면 지구를 40바퀴나 돌 수 있을 정도다. 풍산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일관생산 시스템 구축과 뛰어난 기술력이다. 풍산은 주조 압연 가공 검사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단일공장 내에서 끝내는 일관생산체제를 갖췄다. 여기에 생산을 위한 금형 공구 장비 등도 자체적으로 만들어 조달하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이 높다. 기술력도 정평이 나있다. 세계 각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주화용 소전을 생산할 수 있는 바이메탈(Bi-Metal)과 클래드(Clad) 기술을 갖고 있다. 고도의 결합 및 압착기술이 필요한 바이메탈 기술의 경우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고 위조가 불가능한 장점이 있다. 풍산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으며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업체만 이 기술을 갖고 있다. 풍산은 90년대 초 바이메탈 기술을 개발,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태국 이란 대만 등에 로열티를 받고 제공해 왔다. 풍산의 기술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유럽연합(EU)의 화폐인 '유로동전' 생산계약을 따낸 일이다. 풍산은 유로화 통용에 대비해 이미 지난 97년 유로동전용 재료인 '노르딕골드' 소재를 만들어냈다. 노르딕 골드는 스웨덴에서 처음 개발한 주화용 동합금 소재로 변색에 강하지만 생산 기술이 까다롭다. 풍산은 또 공정 자동화와 원가관리에 의한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외국 경쟁업체보다 1∼2개월 빠르게 물량을 공급하는 신속성도 강점이다. 이같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풍산은 지난 98년 이후 작년까지 2만7000t(1억2300만달러)의 유로화용 소전을 수출했다. 이는 전체 유럽지역 소요 물량의 11%에 해당한다. 유로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한 데다 앞으로 13개국이 EU에 추가로 가입할 전망이어서 풍산의 수출 전망은 밝다. 풍산은 최근 중동지역의 담수화용 합금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증대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체질개선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도입,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디지털 경영체제도 가동하고 있다. 정밀가공산업에도 진출,전기?전자 및 반도체용 첨단 신소재와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정밀금형 및 기계제작 부문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풍산 관계자는 "소전은 일반 동압연재에 비해 1.5∼5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면서 "경기불황을 극복하는 효자상품"이라고 말했다. 풍산은 조폐공사와 손잡고 주화 완제품 수출을 늘리고 스테인리스 토큰 도금소전 등 소전 제품 구성을 다양화해 종합 소전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