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신임 이주성 청장 체제로 지휘부를 전면 개편한 직후 외국계 펀드들에 대한 집중 세무조사라는 '칼'을 빼들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일부 해외 언론과 주한 외국기업들 사이에서 한국 내 일각의 '반(反) 외자 정서'가 구설수에 올라있는 와중에,세계 유수의 다국적 펀드들을 대상으로 '정면 승부'에 나선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무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나름의 징세 근거를 이미 확보했기 때문이란 분석과 함께,이 청장 이하 국세청 신임 핵심 간부들의 면면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청장은 부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국내 탈세 혐의자 2백70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탈세 혐의가 있다면 국내 자본이건 해외 자본이건 가리지 않겠다"고 한 말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 국세청 관계자는 "문제가 드러난 곳은 외부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메스를 들이댄다는 이 청장의 소신에 따라 이번 조치가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종훈 서울지방국세청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법적으로 세금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해온 외국계 기업의 탈세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윤 청장은 국세청 내에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정부 초기 역외펀드 등을 통해 세금을 탈루한 H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두 지휘하면서 수천억원의 세금을 추징,해외 거래 관련 전문가로 부상했다. 당시 대통령에게 조사 결과를 직접 보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도 윤 청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홍철근 국제조세관리관과 한상률 조사국장은 이 청장과 윤 청장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양대 추진축으로 알려졌다. 서울청 국제거래관리국장에서 최근 본청으로 옮겨온 홍 관리관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10여년간 국제조세를 담당해와 국세청 내에서 가장 실무적으로 정통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 국장도 국제조사 기능이 확대된 2000년 이후 본청 국제조사 담당 과장을 역임하면서 이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번 조사에도 조사국 인력 상당수가 투입됐다는 후문이다. 요컨대 국세청 내 국제조사 전문가들이 서울청장,본청 조사국장,국제조세관리관 등 핵심 요직에 포진한 것이 세무 분야에선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외국계 펀드 '공략'에 나서게 된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런 만큼 국세청으로서는 조사 결과에 따른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이번 조사는 2003년 H&Q 등 일부 해외 펀드를 상대로 조사했을 당시보다 훨씬 강력한 강도와 깊이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세청이 '특별한 정보'를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편 국세청은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필립모리스(PM)와 JTI의 한국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올해 중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