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6일 연속 급락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충격은 외부에서 더 크게 다가왔다. 세계경제의 소프트패치(경기 상승기중 일시적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IMF(국제통화기금)는 '세계경기가 갑작스럽게 급랭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냈다. 미국 IBM, 한국 삼성전자 등 주요 IT(정보기술)업체의 1분기 실적악화는 이 같은 걱정에 무게를 더해줬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의 갈등으로 일본증시가 폭락하는 돌발변수도 발생했다. 시장 내부적으로는 체력저하로 인한 에너지 고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악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가 변수이긴 하지만 이미 고점에서 10%이상 하락, 충분한 조정을 받았다는 평가다. 2분기 실적전망이 나오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반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위축된 투자심리=증시는 작년 8월 이후 두가지 이유에서 강세기조를 유지했다. 초기에는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활발하게 나타나며 지수를 700대에서 900대로 끌어올렸다. 이후 세계증시의 유동성장세로 1,000고지를 넘어섰다. 그러나 지수는 1,000선에 안착하지 못하고 곧바로 밀려났다. "차익매물을 소화해내며 상승기조를 유지하기에는 모멘텀이 부족했다."(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 여기에 1분기 실적악화라는 복병이 등장,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주 미국 IBM이 지난 1분기에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85센트의 주당이익을 냈다고 발표하면서 IT발 어닝쇼크가 시작됐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적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했고,한국의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됐지만 이를 반전시킬 만한 계기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중국과 일본의 갈등으로 일본 증시가 폭락하는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조2천7백22억원으로 지난달 3조3백42억원에 비해 24%나 줄어드는 등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기업경쟁력 이상무=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의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는 기업경쟁력의 악화가 원인은 아니다. 경기침체가 걸림돌로 작용했을 뿐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GM의 실적악화가 한국과 일본 자동차업체의 선전에서 비롯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기업은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어 시장이 진정세로 돌아서면 오히려 기업가치가 조명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시장의 과민한 반응으로 주가가 모두 떨어지고 있지만,조만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뜻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대표는 "산업지표 등이 호전된다면 1,000선을 재탈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변수가 문제=그렇지만 단기에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세계경제에 대해 소프트패치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국제금융시장이 불안감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과 일본의 국채가격이 급등하는 등 증시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옮겨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또 다음달 초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게 될 FOMC(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열린다. 대신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현재 나타나고 있는 조정은 속도가 다소 빠르다 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한 뒤 "주가 하락은 역으로 국내기업의 가치가 부각되는 기회이기 때문에 해외변수만 안정된다면 2분기 실적추정치가 나오는 다음달부터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