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는 자동 응답기,워드 프로세서였으며 심부름꾼,상담자,친구,잔소리꾼,오타 확인자였고 소리 나는 칠판,수선공,치어 리더였다.' GE(제너럴 일렉트릭) 회장 시절의 잭 웰치를 그림자처럼 보좌했던 여비서의 고백이다. 그녀는 1988년 이후 하루 10건의 미팅,5백건의 e메일 답장,일주일 3일간의 동반 출장을 소화해낸 슈퍼 우먼.상사가 보기엔 동료이자 협조자,또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속마음까지 훤히 꿰뚫게 된 두 사람. 화가 나면 속사포처럼 떠들며 스트레스를 푸는 남편처럼 잔소리와 바가지 긁기도 마다 않는 마누라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14년, 회장은 '최고의 스타 기업인'으로 불리게 됐으며 여비서는 '그의 비밀병기'란 닉네임을 갖게 됐다. '잭 웰치 다루기'(로잔 배더우스키 지음,이은희 옮김,한스미디어)는 그녀가 쓴 경험담이자 일종의 상사관리 전략서. '속도가 미덕이다' '융통성을 발휘하라' '지나치게 조용한 사무실을 경계하라' 등 파트너십 경영의 15가지 전략이 담겨 있다. 항공모함 웰치호의 일등 항해사로서 보스의 마음을 모조리 읽어냈던 그녀의 독심술 비결은 어디에 있었을까. '전화를 도청하고 쓰레기통을 뒤졌다. 지저분한 일이었으나 출장과 약속에 대비하고 필요한 자료를 챙기는 데 필수적이었다. 무심코 버려진 구겨진 종이 한 켠에는 그가 잊어버린 지시 사항과 반드시 확인해야 할 누군가의 이니셜 등이 적혀 있었다.' 그렇게 상사에게 세이브해준 게 대략 2만시간. 일주일에 하루를 더 만들어 준 셈이다. 1백70cm에 불과한 작은 키에 근육질 몸매,사소한 실수에도 고함을 지르곤 했으나 이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여린 성품 등 잭 웰치의 개인적 면모도 엿볼 수 있다. 2백88쪽,1만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