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고정관념 깼더니 사랑이 보이더라‥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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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히 돌아가신 우리 아빠처럼 다정하고 인자하신 분일거야.직접 보지 않아도 느낌이란게 있잖아."(영미)
"왜 남자라고 확신하는데? 할머니일 수도 있잖아." (쫑)
공정식 감독의 멜로물 '키다리아저씨'에서 영미(하지원)와 친구 쫑(신이)이 건네는 대사에는 사랑의 환상과 고정관념의 관계가 함축돼 있다.
사랑의 환상은 궁극적인 지향점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녀가 상상하는 모습대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사랑의 꿈을 실현하는 데 고정관념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주제는 여주인공이 키다리 아저씨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형식과 주인공의 상황을 빗댄 '액자영화' 양식과 어우러져 흥미롭게 전달된다.
고아로 자란 방송작가 영미는 자신 몰래 학비를 대준 정체불명의 키다리 아저씨를 찾아 나서고 그 와중에 남자친구 준호(연정훈)를 사귀게 된다.
반전의 모티프는 영미가 맡은 프로그램에 보내온 독자의 사연이다.
한 연인을 수년간 짝사랑해 온 한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방송 사연을 담은 이 '액자영화' 양식은 키다리 아저씨를 찾는 영미의 처지를 간접적으로 일깨워주는 장치다.
그러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영미는 그것을 즉각 깨닫지 못한다.
사연의 주인공이 여성일 것이라고 단정하고 모든 상상을 거기에 꿰맞춘 탓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재단하는 위험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영미가 고정관념을 벗어던질 때 비로소 사랑의 실체가 발견된다.
사랑(키다리 아저씨)은 상상했던 것처럼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곁에 있다.
보조 플롯인 쫑과 프로듀서(정준하) 커플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이지만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야 연인으로 발전한다.
이상적인 연인을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허점을 예리하게 지적한 에피소드이다.
드라마는 키다리 아저씨에 대해 영미가 아는 만큼만 관객도 알도록 구성돼 있다.
이는 긴장감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관객 속이기를 위해 복선을 생략하는 바람에 연기의 톤에 문제가 발생한다.
차 안에서 키다리 아저씨의 행방을 묻는 준호가 짐짓 과장된 웃음을 띠고 있는 게 그것이다.
준호의 웃음이 진심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면 진지한 표정을 지었어야 미스터리 형식에 어울릴 것이다.
13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