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밤 하늘에서 오로라를 봤다고 한다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느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겠다.


오로라는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 한반도의 밤 하늘에는 오로라가 제법 많이 발생했던 것 같다.


기원전 1세기인 고구려 동명왕 때부터 18세기 중반까지 7백 차례가 넘는 오로라 관측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조선시대의 천문관측 기록에는 이 오로라가 '적기'(赤氣)등으로 나타나 있다.


일부에서는 인근 나라의 관측기록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고 폄훼하고 있지만 고대 중국측 오로라 관측기록이 3백개이고 일본은 50개에 불과한 점에서 보면 베꼈을 리 없는 독자 관측 결과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오로라는 물론 극지방에서 잘 발생한다.


고위도 지역 그것도 '오로라대'에 위치한 지역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오로라대는 보통 북극을 중심으로 반지름 20~25도 부근 계란형의 타원형 띠를 이루고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오로라가 오로라대에 들어 있는 지역에서 잘 나타나는 것은 지구 자기장의 영향 때문.


태양에서 초속 5백km 속도로 달려온 태양풍(전기를 띤 입자)의 일부는 지구 자기장에 붙들려,자기력선을 따라 극지방 대기 위로 쏟아져 내린다.


이들 입자가 지상 1백∼5백km 상공에서 산소 질소 등의 대기 입자와 충돌,밤하늘 가득 화려한 빛의 축제를 연출하는 게 오로라다.


이 현상이 유독 오로라대에 몰리는 것은 자기력이 강한 안쪽 자기력선이 오로라대 상공에서 휘어 지구 쪽을 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로 안쪽 자기력선에 붙잡히는 고에너지의 태양풍 입자가 오로라대에 이르러 지구로 쏟아져 내려온다는 것.


자기력이 약해 태양풍 입자를 잘 붙들지 못하는 바깥쪽 자기력선이 수렴되는 극 중앙 부분에서는 오로라가 잘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오로라대에 속한 지역으로는 캐나다 중북부와 알래스카 중부,시베리아 북부 연안과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 등지를 꼽을 수 있다.


맑은 날이 지속되는 겨울철에 오로라 관측 확률이 높은 곳들이다.


특히 캐나다 중북부의 옐로 나이프와 알래스카의 페어뱅크스가 한겨울 오로라 투어 명소로 이름 높다.


옐로 나이프는 캐나다 노스웨스트준주의 주도다.


인구 1만8천명으로 캐나다의 주도 중 가장 작은 축에 들지만 유콘준주의 화이트호스와 함께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도시로 손꼽힌다.


오로라 관측의 최적기인 1∼3월의 경우 맑은 날이 50%를 넘어 사흘을 머물면 95% 이상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신혼부부가 오로라를 보고 첫날밤을 지내면 천재아이를 낳는다는 속설도 있어 겨울이면 신혼여행객들로 늘 붐빈다.


아시아 쪽에서는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


오로라 관측은 보통 오후 10시에 시작,다음날 새벽 3시께까지 이어진다.


오로라는 알성냥을 그어 불을 붙일 때처럼 순간적으로 타오른다.


하늘 가에서 한 줄기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이 시작된다.


일단 모습을 드러낸 오로라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몸집을 부풀린다.


부채살 모양으로 흔들흔들 빛줄기를 펼치며 금세 머리 위까지 치솟는다.


하나가 스러지면 다른 하나가 뒤를 잇는다.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타오르며 몸을 뒤섞는다.


하늘 가운데 부분에서 시작돼 옆으로 진행하며 커튼처럼 늘어져 가볍게 흔들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오로라는 입김처럼 하얗게 보인다.


사이사이 녹색,붉은 색의 오로라도 출현한다.


1621년 프랑스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가 이름 붙인 대로 로마신화 속 '새벽의 여신'이 춤을 추는 것 같다.


오로라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지만 어디선가 천상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듯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옐로 나이프에는 오로라관측 외에도 아기자기한 겨울 체험거리가 많다.


짜릿한 스피드감을 즐길수 있는 개썰매 타기는 기본.


여러명이 썰매에 포개 누워 8km 구간을 20분정도 달린다.


즉석에서 개를 다루는 방법을 익혀 자신이 직접 개썰매를 몰아 볼 수도 있다.


한국의 설피 같은 원주민 스노슈즈를 신고 자동차길로 이용될 정도로 단단히 얼어붙은 호수위의 눈벌판을 걸어보는 것도 새롭다.


물개가죽 눈썰매,얼음낚시,머시멜로 구워먹기 등도 한겨울 분위기를 돋워준다.


에어캐나다(02-3788-0134)가 '옐로 나이프 오로라체험 6일'여행상품을 만들었다.


옐로 나이프에서 3박하며 오로라를 본다.


다양한 겨울체험 프로그램도 즐긴다.


옐로 나이프 전통박물관,주정부청사,인디언마을 등도 둘러본다.


쇼핑하기 좋은 에드몬튼을 거친다.


내년 1월1일까지 2백79만원.


이후에는 요금이 올라간다.


자유여행사(02-3455-0002),한진관광(02-726-5712),가야여행사(02-536-4200)등이 상품을 판매한다.


알래스카에서의 오로라 관측을 위해서는 알래스카 제2의 도시 페어뱅크스를 찾는다.


페어뱅크스는 오로라대에 있으며 교통 또한 좋기 때문이다.


하나투어(1577-1212)에서 내놓은 알래스카 오로라 체험여행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 출발한다.


패키지상품인 '알래스카 오로라&온천체험 7일'은 2백89만원부터.


페어뱅크스와 페어뱅크스에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치나에서 오로라를 즐긴다.


치나 핫 스프링 리조트에서 노천온천욕도 만끽한다.


왕복항공과 현지숙박만 짜주는 '오로라 자유여행 6일'은 1백49만원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