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의 재앙은 잦은 태풍·폭우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가 해마다 급증하는 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추세라면 자연재난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갈수록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과 봄이 길어지는 등 계절 변화에도 이상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서울 기온은 단 한번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지난 1907년 기상관측이 실시된 이후 처음이다. 속초 등 전국 주요 지역의 수은주는 이달 들어서도 기상관측 이후 연일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할 정도로 따뜻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90년대 겨울(서울 기준)은 70년 전(20년대)과 비교할 때 27일이나 줄어들었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이상기후 피해 날로 증가 기상 변화로 인한 피해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50년간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날은 줄었지만 일 강수량이 80㎜ 이상인 호우 일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7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의 홍수 피해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피해액은 74∼83년 1천7백억원에서 84∼93년 5천4백억원,94∼2003년 1조7천1백억원 등으로 나타나 10년마다 3.2배씩 증가,30년 만에 피해액이 10배가량이나 늘었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02년 태풍 '루사'로 5조1천4백79억원,2003년 '매미'로 4조2천2백24억원의 피해가 생기는 등 2년 연속 4조원이 넘는 피해가 났다. 이와 함께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지난 1백년 동안 우리나라 해수면이 이미 10∼20㎝ 상승했고 2100년에는 최대 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경우 바닷물이 범람할 가능성이 있는 국토 면적이 한반도 전체 면적의 1.2%에 해당하는 2천6백43㎢에 달하고 전체 인구의 2.6%에 해당하는 1백25만명의 거주지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기온상승은 20세기의 4배 권원태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장은 "지금과 같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계속 뿜어낼 경우엔 96년 뒤인 오는 2100년 한반도 연간 평균 기온은 19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금보다 6도가량 높은 것이다. 권 실장은 "기온과 생태계가 크게 다른 서울과 제주도 서귀포시의 연평균 기온차가 4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아무런 대책 없이 갈 경우 오는 2100년엔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대 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는 듯한 징후는 지금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30∼40년 동안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 난류성 어류의 어획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명태 대구 등 한류성 어족 어획량은 급감하고 있다. 또 열대와 아열대 기후에서나 서식하는 영양사슴하늘소 같은 곤충들도 발견되고 있다. 권 실장은 "이미 한반도에서도 아열대 현상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온실가스를 지금부터 줄인다해도 향후 50∼1백년간 기존 온실가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