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으로 '발권력'은 시중의 통화량을 늘릴 수 있는 한국은행의 권한을 말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은 곧 새로 돈을 찍어 달러 매수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조폐공사에서 신권을 인쇄하는 것은 아니며 한은 계정상으로만 돈이 왔다갔다 하게 된다. 모든 시중은행(외국계 은행 포함)은 한은에 계좌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달러 매입대금만큼 돈을 입금 처리한다는 뜻이다. 22일 외환시장에선 이헌재 부총리와 박승 한은 총재의 회동 이후 "발권력을 동원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외환 당국자의 발언이 관심사로 부각됐다. 하지만 한은의 평소 시장 개입 자체가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여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발권력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의 용어보다는 '통화량 공급 확대'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이면서 과도하게 풀린 통화는 한은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흡수하게 된다. 통안증권을 사는 기관들은 대개 한은에 달러를 팔아 자금을 확보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다. 결과적으로 한은이 통안증권을 팔아 달러를 사는 것이 바로 발권력을 동원한 시장 개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