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폭락하고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증시가 침체에 빠져들자 주식을 빌려 매매하는 대차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 등 일부 기업의 해외DR(주식예탁증서)가격이 국내 원주가격보다 10-15% 정도 높은 이례적인 가격차이가 발생하자 헤지펀드들을 중심으로 대차거래와 해외DR를 연계한 차익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해외DR와 연계된 차익거래

헤지펀드들이 대차거래와 연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국내기업의 해외DR이다.

대차거래로 해당기업의 주식(원주)을 빌린 다음 해외DR로 전환해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올린 뒤 주식을 매입해 갚는 방식이다.

CB(전환사채) 등도 가능하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아 DR가 차익거래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특히 국내 주가 하락으로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원주)가격이 해외DR보다 낮아지면서 이같은 차익거래가 크게 늘었다.

최근 한국전력과 KT SK텔레콤 현대차 POSCO 등 상당수 DR 가격은 원주보다 높게 형성돼 왔다.

지난달 한국전력의 주식대차거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헤지펀드들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거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전의 DR 가격은 원주보다 15% 높아 원주를 전환할 경우 짧은 시간에 그만큼의 차익을 올릴수 있었다.

그 결과 주식을 차입,DR로 전환해 수익을 내려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한국전력의 대차거래량은 1천7백86만주로 지난달 전체 거래량의 43%를 차지했다.

원주가격이 DR보다 높은 경우에는 반대방향의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비싼 원주를 차입해 매도한 뒤 해외DR를 매수해 원주로 전환해 이 주식으로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이다.

DR가 대차거래에 활용되면서 국내주식의 DR 전환도 급증했다.

올 상반기 중 국내 기업의 주식이 주식예탁증서(DR)로 전환된 물량은 총 1조2천8백31만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5백4만주에 비해 7백53.3% 급증했다.

◆급증한 대차거래

5일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7월중 대차거래량은 4천1백55만1천주로 4월의 2천3백60만9천주에 비해 76% 급증했다.

4월말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대차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대차거래량은 지난 5월 4천9백23만7천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6월에는 3천2백61만2천주로 위축됐지만 7월 이후 다시 늘기 시작했다.

이중 외국인 비중은 60%를 넘고 있다.

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대표는 "주가 급락 후 홍콩 소재 헤지펀드 등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차입해 매매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며 "일부 종목은 빌려줄 물량이 동이 났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전했다.

대차거래는 수수료만 지불하면 거래가 가능하다.

따라서 현물매매와 달리 가격 변화에 따른 위험이 적어 헤지펀드들이 선호하고 있다.

최경렬 증권예탁원 증권대차팀장은 "전환이 가능한 두 상품 중 높은 가격의 상품을 빌려 팔고 낮은 쪽을 매입해 전환한 뒤 차입물량을 갚으면 가격 차만큼의 수익을 얻을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