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선물거래가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되며 매수 주체가 실종되자 투기적 성격의 개인 선물거래가 급증,주가변동폭이 확대되는 등 증시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일 증시가 대표적 예다. 이날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순매수가 거래소시장에 9백50억원 가까이 유입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11.93포인트(1.48%) 급등했다. 개인이 선물을 1천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하며 선물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전날은 종합주가지수가 특별한 악재 없는 가운데 장중 한때 22.75포인트(2.78%) 급락했다. 개인이 선물을 대거 팔면서 선물가격이 급락,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물이 2천3백억원어치 쏟아진 탓이었다. 최근 증시는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드는 '왝 더 독(wag the dog)' 양상이 나타나면서 불안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지난 5월 중순까지만 해도 개인들이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당했지만 이제는 외국인을 압도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선물시장의 개인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45% 수준에 불과했지만 최근 들어 50%를 웃돌고 있는 게 이를 말해준다. 특히 지난달 21일에는 개인 비중이 58%에 달해 개인들이 현물보다는 선물시장에 '올인'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고객예탁금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선물예수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4월말 이후 대내외 악재가 불거지면서 현물시장의 기폭이 심해지자 개인들이 고수익 환상을 좇아 선물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개인 선물비중이 50%를 오르내리는 곳은 세계 주요 증시에서 한국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탕주의' 등 일반인의 투기심리도 원인이지만 현물 주식시장의 매수 기반이 취약한 것이 보다 근본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