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3천억원이 3백50조원 규모의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외국인의 선물거래방향에 따라 현물시장이 급등락하면서 '꼬리(파생상품)가 몸통(현물)을 뒤흔드는 현상(wag the dog)'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1일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6백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종합주가지수는 18.57포인트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가 10.16포인트 하락한 지난 20일에는 외국인이 3천6백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선물시장에 투기적 거래가 유입되면서 대량의 프로그램 매매가 발생한 탓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김영환 팀장은 "수급공백에 처해있는 현물시장이 선물시장에 휘둘리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의 선물매매비중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매비중은 작년 상반기 13∼14%,작년말 20%,이달에는 23.5%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비중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이들의 매매패턴이 개인처럼 매수·매도로 분산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시장충격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일평균 선물 거래대금은 2조∼3조원이며 증거금이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자금 3천억∼4천억원이 3백50조원 규모의 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셈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전무는 "국내 기관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현물주식의 매매를 자제하고 헤지(선물매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선물시세 움직임에 따른 현물 주가의 변동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취약한 현물시장의 수급구조를 미뤄볼 때 소수 외국인이 주도하는 선물시장에 따라 전체시장이 출렁거리는 불안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