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포근하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바람은 여전히 맵다. 매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바다로 간다. 그곳엔 하얀 모래밭,모래밭을 넘실대는 파도,그리고 파도와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과 연인들의 웃음이 있다. 깔끔하고 아련한 추억을 만들어 줄 겨울바닷가를 살펴본다. [ 화진포 (강원 고성) ] 화진포는 승용차로 서울에서 5시간이면 닿는다. 화진포는 백사장 길이가 1.7㎞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손을 잡고 거닐기에 적당하다. 이 곳의 모래는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졌다. 그래서 파도가 훑고 지나갈 때 사르르 소리가 들린다. 택리지를 지은 조선의 학자 이중환은 이를 '우는 모래(鳴砂)'라고 했다. 수평선도 단조롭지 않다. 아름다운 바위섬 금구도가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 거북이가 떠있는 모습의 금구도는 펼쳐진 수평선에 화룡점정의 맛을 더한다. 화진포 호수는 바다의 모래가 물을 막아 생긴 자연호수다. 둘레가 16㎞이고 넓이는 72만평이다. 동해안의 석호 중 가장 크다. 한 바퀴 도는 데 4시간 넘게 걸린다. 화진포에는 겨울이면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온다. 철새이다. 특히 천연기념물 201호인 고니도 이 곳을 찾는다. 화진포의 물은 염분이 섞여 있어 잘 얼지 않는데다 갈대 숲에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고성군청 (033)680-3352 [ 보길도 (전남 완도) ]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의 섬이다. 보길도 여행은 당연히 고산의 유적부터 시작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세연정. 은거하는 선비의 원림 치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세연정은 조경 유적 중에서도 특이한 것으로 꼽힌다. 개울을 보로 막아 연못을 만들고 정자는 연못과 잘 생긴 소나무의 호위를 받도록 돼 있다. '어부사시사' 등 그의 작품은 대부분 이곳에서 태어났다. 보길도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세 개나 있다. 가장 특이한 곳은 예송리해변. 이곳의 해변은 돌밭이다. 까만 해변의 돌은 먹자갈이라고 불린다. 물에서 먼 곳에는 납작한 자갈이 깔려있고 파도와 가까워지면서 크기가 작아진다. 중리와 통리 해수욕장은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모래해변이다. 다도해의 맑은 물이 모래빛을 반사하면서 코발트색으로 반짝인다. 통리 해수욕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보길 저수지가 있다. 저주지는 빼곡한 갈대로 유명하다. 보길면사무소 (061)550-5611 [ 구시포 명사십리 (전북 고창) ] 넓은 갯벌이 특징이다. 하지만 갯벌은 진흙이 아니라 모래로 이뤄졌다. 하얀 모래밭에는 티끌 하나 없다. 마치 사막 같다. 물이 흥건하게 배어있는 젖은 사막이다. 구시포 해변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포구가 위치한 길이 1㎞의 해수욕장과 일부에 군사시설이 들어있는 길이 약 4㎞의 너른 백사장이다. 너른 백사장은 명사십리로 불린다. 해수욕장 양쪽으로는 방파제가 들어서 있고 바다에는 가막도라는 바위 섬이 떠있다. 사람들은 모래밭에서 조개의 귀족격인 백합을 잡는다. 쟁기처럼 생긴 도구나 호미로 모래를 헤친다. 명사십리는 북쪽 방파제를 지나면 눈에 들어온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명사십리 남쪽 끝에 해변으로 들어가는 모랫길이 있다. 차를 몰고 들어갈 수 도 있다. 명사십리의 모래는 하도 고와서 물이 빠지고 나면 단단하게 굳는다. 그래서 차가 다닐 수 있다. 차선도,신호등도,제한 속도도 없는 길을 파도와 나란히 마구 달린다. 그러나 갯벌에 차를 세울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밀물 시기를 잘 알아야 한다. 워낙 폭이 넓기 때문에 차를 세워놓은 곳 뒤쪽으로 먼저 물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상하면사무소 (063)563-0700 [ 우도 (제주도 북제주) ] 우도는 제주의 부속섬 중 가장 큰 섬이지만 덩치가 훨씬 작은 마라도나 추자도 만큼의 유명세를 타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진가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해 이제는 연 평균 7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됐다. 우도에는 섬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세곳의 해수욕장이 압권이다. 검멀레해변은 폭이 1백m 남짓하다. 해변은 현무암가루와 산호가루가 반반씩 섞인 좁쌀 크기의 모래로 덮여 있다. 검멀레는 검은 모래라는 의미. 해변 끝에는 동굴음악제로 유명한 콧구멍굴이 있다. 고래의 집이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썰물이 되면 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벽에 가득한 이끼가 신비감을 자아낸다. 검멀레해변에서 약간 북쪽으로 가면 하고수동해변이 나온다. 열대의 정취를 풍기는 이 곳은 음료CF의 단골 촬영장소로 많이 알려져 있다. 미숫가루 처럼 고운 모래와 에메랄드빛 파도가 기막히다. 우도의 바닷가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인 산호사해변은 산호가 부서져 바닷가를 덮었다. 우리나라에는 한곳 밖에 없단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산호모래는 맑은 바닷물과 어울려 옥빛 남빛을 발하며 색의 마술을 부린다. 우도면사무소 (064)783-0004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