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1:00
수정2006.04.04 01:03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의 이태훈 과장(34)은 요즘 오후 6시30분에 '칼 퇴근'한다.
한 달 전보다 두 시간가량 빨라졌다.
이 두 시간을 활용해 엑셀, 파워포인트 등 평소 부족했던 컴퓨터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이 과장의 퇴근을 앞당긴 것은 우리은행이 지난 6월 말 구축한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ㆍ업무처리혁신) 시스템.
어음ㆍ수표 결제, 대출채권 확보, 감사 등 은행 영업점의 각종 후선업무를 중앙집중화된 BPR센터에서 대신 처리해 주기 때문에 부담이 크게 줄었다.
이 과장은 "BPR를 도입하기 전에는 영업점 문을 닫고 나서도 잔무처리 때문에 밤늦게 퇴근하기 일쑤였다"면서 "빨라진 퇴근시간을 자기계발하는데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모든 업무 전산ㆍ집중화 =우리은행이 BPR 구축에 나선 지난 2000년 7월 이후 3년간 총 투입된 비용은 1천2백7억원.
이에 비해 BPR 구축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는 매년 1천4백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BPR센터는 각 지점의 현금 보관액을 매일 평가해 무수익자산인 현금을 지점마다 2억원가량만 유지토록 하고 있다.
BPR 도입 전만 해도 지점의 현금부족분을 신속하게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약 10억원씩 현금을 보관해 왔다.
또 모든 문서에 바코드를 심어 BPR센터로 집중화했다.
영업점 직원들은 각종 서류가 현재 어떤 절차를 거쳐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됐다.
박성목 업무지원단장은 "이전에는 직원능력에 따라 담보물건 평가 등이 달라졌지만 지금은 중앙에서 전문가들이 일괄 처리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은행원들은 영업에만 집중 =BPR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각종 후선업무를 처리하던 직원 6백57명이 영업인력으로 전환됐다.
각 영업점 직원들은 잔무부담에서 벗어나 영업확대나 자기계발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은 특히 직원들이 프라이빗뱅킹(PB) 중소기업전문가(SRP) 등 한 분야를 정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관련교육을 이수토록 했다.
대신 중앙센터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새로 배치됐다.
은행 내 담보평가 전문가 25명이 전국 6백49개 지점의 담보평가를 담당하고, 20여명의 전담직원이 전표관리를 일괄 처리하는 방식이다.
은행의 모든 고객서류는 중앙센터에서 한꺼번에 보관, 직원들의 고객정보 유출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 도입한 만큼 앞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선진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