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국회의 '간접투자 업무 금지' 방침에 반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법안이 강행될 경우 수익원에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들은 금전신탁 수수료로만 5천7백여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은행들은 특히 앞으로 본격 도입될 기업연금도 유치할 수 없게 돼 중요한 수익기회를 잃게 된다. 은행 간접투자업무 불허는 금융권 자금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60조원을 넘는 은행 신탁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잡지 못하고 부동자금화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은행권 시각이다. 일부는 투신사 수익증권 등 비슷한 간접투자상품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본래 안전 선호 성향인 은행 신탁자금이 모두 투신사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 간접투자업무 금지 배경 국회 재경위가 은행의 금전신탁 등 간접투자업무를 금지하려는 것은 은행의 고유업무와 신탁업무 간 '변칙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들이 과거 예금ㆍ대출 등 고유계정에서 신탁상품의 손실을 보전해 줬던 폐해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국회 재경위는 은행에 간접투자업무를 허용하지 말고, 예금ㆍ대출 영업에만 집중토록 해 그 같은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경위는 일단 금융회사들의 간접투자상품을 규제할 '자산운용업법'에 부칙으로 은행의 간접투자업무 겸영을 불허한다는 조항을 신설할 방침이다. 여기서 5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고 그 뒤부터는 금전신탁 등 은행의 간접투자업무를 완전 금지한다는 계획. 당장 불허할 경우 금융시장에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일정 예고 기간을 두고 없앤다는 것이다. 재경위의 이런 방침에 자산운용업법 제정안을 기초한 재경부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은행 강력 반발 국회 재경위의 '은행 간접투자업무 금지' 방침이 알려진 지난달 말부터 은행권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 신탁담당 부서장 회의와 은행장 회의를 잇따라 열어 대책을 숙의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감독강화로 은행 고유계정과 신탁계정은 철저히 분리 운영되고 있다"며 "국회가 과거 폐단을 이유로 간접투자업무를 금지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1999년 금융개혁법 제정으로 그동안 금지됐던 은행의 자산운용업을 새로 허용했다"고 지적하고 "금융권간 업무영역을 철폐하는 세계적인 금융자유화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에 간접투자업무를 막아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건 자산운용업법의 제정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더구나 투신사 수익증권과는 차별화된 은행 신탁상품에 대한 고객의 선택권을 막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은행 신탁상품의 금지로 공중에 뜰 신탁자산이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더라도 결국 폐지될 것이라면 은행신탁에 누가 돈을 맡기겠느냐"며 "은행 금전신탁 62조원이 은행을 빠져 나가면 단기 부동자금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