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가 '장인'과 '사위'관계인 두 회사 주가가 나란히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농심과 태평양이 바로 그 주인공.신춘호 농심 회장(73)의 막내 사위가 태평양 서경배 사장(41)이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들 회사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표적인 가치주로 꼽히는 농심은 지난 23일 사상 최고가(11만1천원)를 기록했다. 두달반 동안 6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기업 내용이나 주가의 상승배경 등 여러 면에서 지난 2001년 '가치주 열풍'을 몰고온 태평양의 주가를 보는 듯 하다"고 말한다. 태평양 주가는 2001년 초 3만원대에서 2002년 3월 18만원까지 올라 1년여 만에 5백%나 수직상승했었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구조조정을 먼저 시작한 기업 중 하나가 태평양.이 회사는 외환위기가 오기 전인 1995년부터 증권 보험 패션 야구단 등 비주력 계열사를 잇따라 팔아치웠다. 그 결과 외환위기가 닥친 98년에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40% 늘어나는 '깜짝 실적'을 보였다. 이어 99년 2백%,2000년 1백%씩의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경배 사장의 주도로 이뤄진 구조조정과 핵심사업에 대한 역량 집중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세력)을 업그레이드시킨 데 힘입은 것이다. 주식시장은 이에 멋지게 화답을 한 셈이다. 지난 1년 간의 조정기간을 거쳐 8만원대까지 떨어졌던 태평양 주가는 최근 석달 간 56%나 오르며 12만5천원까지 회복했다. '2차 상승'에 나설 태세를 보인다는 게 증권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두 회사 모두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설화수 아이오페 라네즈 등 막강한 브랜드를 보유한 태평양의 국내 화장품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농심은 라면(시장점유율 73%) 스낵시장(34%)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한 우물'을 파는 기업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태평양은 현재 태평양제약 태평양종합산업 등 계열사가 적은 데다 모두 관련업종이다. 농심도 스낵과 라면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왔다. 물론 호텔 골프장 광고 등 비(非)주력사업이 없지는 않다. 농심은 오는 7월1일 지주회사 체제(농심홀딩스와 농심으로 분할)로의 전환을 통해 주력사업에 대한 역량을 한층 집중할 계획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새우깡을 30년 이상 지켜온 데서 알 수 있듯이 한 우물만 파는 식의 신 회장 경영스타일이 서 사장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