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올 1분기(1∼3월)중 사실상 무더기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데다 가계대출은 물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마저 상승, 지난 2001년 이후 2년 연속 5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던 은행권의 흑자행진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이 지난 1분기중 적자로 돌아서는 등 대부분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이 SK글로벌 사태와 신용카드 부실 등의 여파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악화됐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익이 1천6백50억원(모건스탠리 추정), 우리은행 2천억원, 하나은행 1천억원 안팎, 신한은행 9백50억원, 한미은행 3백억원 안팎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작년 1분기에 비해 19.1%(하나)∼75.5%(국민) 줄어든 것이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하이닉스 출자전환에 따른 손실만 해도 1천4백50억원에 달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중에선 유일하게 조흥은행의 1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책은행 중에선 산업은행이 2천억원 내외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6백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동기(2천2백50억원)보다 73.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그나마 은행들이 1분기중 흑자를 낸 것도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SK글로벌에 대해 충당금을 10∼19%밖에 쌓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충당금을 제대로 쌓았으면 대부분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은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북은행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려 이채를 띠었다. 전북은행의 지난 1.4분기 당기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50억원)보다 4백18% 늘어난 2백59억원을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 연체율이 올 2분기를 지나야 꺾일 전망이므로 은행들의 경영실적도 3분기 이후에나 정상화돼 연간 순익은 당초 목표에 비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