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질책했다. 출범 보름째를 맞고 있는 '내각의 기강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질타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새 정부 두번째 국무회의에서 김 부총리가 '가계부채 현황과 대응방안'을 보고한 직후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언급한 뒤 "이 보고만을 받고는 답을 얻지 못하겠다. 대책이 없이 대강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라며 "향후 추진대책이 이대로라면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김 부총리를 나무랐다. 이 순간 국무회의장은 순간 '어…'하는 긴장감이 팽팽히 흘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보고내용을 지적하면서 "가계대출중 교육비 비중, 총 가계대출 중 카드대출 비중, 위험한 대출액과 대응방안, 과거에 시행했던 가계대출 안정대책에 구체 내용 등이 없다"고 지적한 뒤 "6백명이 채 안되는 신용불량자가 혜택받은 개인워크아웃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무슨 대책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부총리는 당황해 금융회사들이 소극적이어서 개인워크아웃 제도의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단기대출을 장기대출로 전환하고 주택저당제도의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충 답변했다. 이런 김 부총리의 답변도 노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가계대출 연체가 과대 포장돼 있다면 악성과 초기 연체를 명확하게 분류해야 하고 카드대출의 최종 책임을 금융회사들이 서로 떠넘기기 경쟁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 선까지 개입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금융감독기관과 협의해서 민관 합동의 태스크포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을 관치라고 해도 밀고나가야 하며 그것은 시장붕괴 상황에 직면해서 시장을 떠받치는 행위로 위기관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도 "합리적 수준에서 규제를 완화해야 하지만 인권이나 건강 등의 규제는 완화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투자유치 지역을 선정할 때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노사문제와 관련, "이번주내로 총리 주재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해 현안을 점검하고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2시간 40분 동안의 회의를 마치면서 "각 개별사안에 대한 최종 결론은 이 자리에서 내지 말자"며 해당 부처에 정리업무를 맡겼다. 허원순.박수진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