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을 대표했던 검객이 지금은 보험범죄 방지를 위한 정의의 칼을 빼들고 나섰다. 지난 86년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는 등 한국 펜싱을 이끄는 대표선수로 활약하다 현재 SK생명 계약심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정현 차장(39)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 91년 보험회사 조사역을 시작했으니 이 일만 11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회사에선 형사콜롬보라는 별칭이 오히려 더 잘 통한다고. 이 차장은 "펜싱에서 배우고 익힌 정교함과 세밀함이 조사역할을 수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지난 11년 동안 전국 방방곳곳 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과 사건을 대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아이들만 남아 있는 집을 차마 그냥 떠날 수 없어 쌀과 먹을거리를 사다 놓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적도 있고, 일반사망으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건을 조사하다 보니 재해사망으로 판정돼 보험금을 더 지급했던 적도 있다. 이 차장은 지난 2000년 국내 주요 생보사들의 보험금 심사담당자들이 역선택방지, 선의의 계약자보호, 보험범죄예방 등을 위해 비영리단체 LICAM을 설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1년 동안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올해 경찰청과 합동으로 펼친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기획수사기간 동안 우수한 실적을 올려 보험범죄방지 유공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업무를 위해 평소 틈나는 대로 법의학책과 심리학서적 추리소설을 자주 읽는다는 이 차장은 현재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그는 "세계 최초로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 보험사기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데 기여를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