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이 국내 유통시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탄생 9년만에 백화점과 함께 오프라인 유통업태를 대표하는 한 축으로 급부상한 할인점은 오는 2003년 매출 규모에서 73년 아성의 백화점을 앞설 전망이다. 지난달 말 현재 전국의 매장면적 3천㎡ 이상 할인점은 모두 2백30여개. 이미 전국 대도시의 주요 상권을 모두 장악했고 최근엔 중소도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까르푸 등은 향후 3~4년간 수십개씩 추가로 출점할 계획이어서 2004년엔 전국 할인점 수가 3백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점들은 최근 들어 식품 생활용품 등 기존의 주력 상품 외에 가전제품 의류 등을 대대적으로 늘리며 백화점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내년 매출 백화점 앞지른다 =올 상반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까르푸 월마트 등 상위 5개사는 모두 14개의 점포를 새로 출점, 지난해 동기 대비 27%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는 연말까지 최소 21개 매장을 새로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할인점 전체 매출도 지난해 7조4천8백60억원보다 23% 늘어난 9조2천6백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할인점의 출점 및 성장속도를 감안할 때 2003년중 백화점을 제치고 국내 최대 소매업태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계는 전국 할인점의 2003년 총 예상매출액이 20조원에 달해 백화점 예상매출액(19조원)을 사상 처음으로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73년간 국내 소매업의 왕좌로 군림해온 백화점이 '9살'짜리 할인점에 추월당하는 셈이다. 백화점 닮아간다 =할인점 수 증가에 못지 않게 눈에 띄는 변화는 매장이 고급화되고 상품 구색이 다양해지는 등 '백화점같은 할인점'이 늘고 있는 것. 할인점시장 초기 창고를 연상시키던 매장은 요즘 찾아볼수 없다. 대신 고급 백화점 수준의 내부 인테리어와 다양한 생활편의시설들이 백화점으로 향했던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매장 대형화와 고급화에 주력한 홈플러스 영등포점과 안산점엔 은행 이벤트홀 미용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이 결과 1회 평균 객단가가 6만원선으로 웬만한 백화점을 웃돌고 있다. 할인점들은 이용고객이 급증하면서 최근 저렴한 가전제품과 의류매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백화점이 이들 매장을 축소하면서 고급화 명품화를 추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2000년 이후 가전매장을 기존 40평에서 점포당 1백~2백평 규모로 확대하고 있다. 완구매장도 과거보다 3배 정도 넓어져 점포당 평균 1백평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총매출의 50%가 넘던 식품과 생활용품의 매출비중은 40% 정도로 낮아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식품 생활용품 가전 완구 외에 레포츠용품과 신사의류도 할인점의 핵심 상품군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2위 경쟁 치열하다 =국내 할인점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신세계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빅3'는 시장 포화점에 도달하기 전에 최대한 점포를 늘리겠다는 목표다. 3개사 계획에 따르면 2006년까지 최소 1백개 점포가 더 생겨나는 셈이다. 유통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마트의 독주 속에 2위 자리를 놓고 롯데마트 홈플러스 까르푸 3사가 경합하는 시장 판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국에 48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마트는 30여개 부지를 이미 확보했다. 이를 통해 2위권의 추격을 따돌리는 한편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4년여 만에 점포를 30개로 늘리며 이마트 추격에 나서고 있다. 이미 20여개 부지에 대한 추가 출점계획을 마련한 롯데마트는 2위 자리를 확고히 한 뒤 2006년께 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장기 전략도 마련했다. 업계는 롯데가 다른 할인점 업체를 인수할 경우 이마트와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테스코사의 지원을 등에 업은 홈플러스는 백화점 수준의 고급 매장 전략을 앞세워 2005년까지 55개로 점포를 늘릴 방침이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토종 경쟁사들과 시장 주도권을 다투는 홈플러스는 매장 대형화 및 고급화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