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정부미를 취급하던 지방관원이 저지르던 부정행위를 가집(加執)이라고 불렀다. 흉년이 들거나 춘궁기 때 지방관아에 보관 중인 양곡을 풀어 백성들의 굶주림을 돌봤는데, 지방관원은 이때 정가 이상의 값을 받고 쌀을 팔아 그 차액을 착복했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횡령죄를 저지른 것이다. 요즘 들어 금융사 직원이 돈가방을 들고 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고객돈 수십억원을 움켜쥐고 줄행랑을 치는 사례가 잊을 만하면 터지곤 한다. 금융 사고는 앞 뒤의 계산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일인 데다 전염성도 강하다. 무엇보다 도미노 현상을 막아야 한다. 돈이 넘쳐나는 시대에 '가집'이 성행하는 건 군기가 잔뜩 빠진 탓일 게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