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의 한계를 극복해 4강 신화에 도전한다. 22일 4강 티켓을 놓고 '무적 함대' 스페인과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을 벌이게 될 한국 대표팀은 이탈리아전 때 체력 소모가 심했고 주전들의 부상까지 겹쳐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경기가 열리는 광주는 이날 찜통 더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체력이 앞선 팀이 절대 유리하다. '터프가이' 김남일은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입어 스페인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김태영은 코뼈 부상, 박지성은 허벅지 근육 통증으로 기량을 1백%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도 16강전에서 아일랜드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한국보다 이틀 더 휴식을 가졌기 때문에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상황이 불리하지만 한국이 특유의 압박 축구를 펼치기 위해서는 일단 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스타팅 멤버들의 초인적인 정신력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스페인전 최대 승부처가 될 미드필드 싸움에는 이영표 유상철 송종국 등 기존 라인에 박지성이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전에서 공격수로 뛴 박지성은 볼 배급력, 돌파력, 골 결정력 등 모든 면에서 정상급 기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비록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김남일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 공격은 설기현과 이천수가 각각 좌우를 맡고 중앙에는 안정환이 기용될 예정이다. 박지성이 미드필드로 내려감에 따라 공격 임무를 수행하게 된 이천수는 발이 느린 스페인 수비를 공략할 수 있는 적임자다. 모리엔테스와 라울 또는 트리스탄으로 구성될 스페인의 투톱은 김태영 홍명보 최진철이 맡는다. 스타팅 멤버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조커'들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이탈리아와의 연장전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던 차두리는 출격 준비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황선홍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공격의 활로를 뚫기 위해 후반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전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용병술로 승리를 낚아챈 히딩크 감독이 스페인전에서는 어떤 카드로 세계를 놀라게 할지 주목된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