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리포트'로 불거진 워버그 파문이 새 국면에 진입했다. 이해 당사자인 삼성전자가 14일 주가급락으로 기업이미지가 나빠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관련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해 줄 것을 금융감독원에 정식 요청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미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인 만큼 조사결과에 따라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피해대상이 세계적 반도체업체이면서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라는 점에서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징계수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 공격에 나선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이번 조사요청은 최근의 주가급락이 정상적인 주식거래에 의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시각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4일 "UBS워버그증권이 어떤 경위에서 보고서를 작성했고 보고서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는 없었는지 등을 검증할 필요가 있어 조사를 공식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워버그증권의 삼성전자 리포트가 주식거래나 주가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쳤다는게 삼성전자의 기본 시각이다. 증권업계는 대외이미지를 중시하는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증권사 시황팀장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선두주자면서 시가총액 1위인 한국 대표기업"이라며 "이런 업체가 피해를 호소한 만큼 금감원 부담은 훨씬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조사요청서는 일단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에 접수됐다. 조사요청서는 그 성격상 관련부서인 증권감독국과 증권검사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 고강도 제재 이뤄질 듯 워버그증권 검사결과에 대한 징계수위는 몇가지 이유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정 외국계 증권사 지점에 대한 보기드문 조사이고 △한국 대표기업이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했으며 △올들어 불공정거래가 연루된 국내 증권사들이 강력한 징계를 받았다는 점에서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도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유사사례 재발방지 차원에서 엄벌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조사에 나서면서 보고서가 사전에 배포됐는지와 워버그증권이 보고서 작성 직후 자기매매를 했는지 등의 증권업 감독규정 위반여부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요청이 들어온 14일 증권거래법 위반여부를 따져보는 쪽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거래법 시행령 36조 3항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항은 유가증권 매매와 관련, 고객에게 특정유가증권의 가격상승이나 하락에 대해 단정적이거나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판단을 제공해 매매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워버그증권이 리포트를 근거로 고객들에게 삼성전자 주식매도를 유인했다면 시행령을 위반한 셈이 된다. 이 조항을 어긴 증권사에 대해선 영업의 일부 또는 전부 정지, 임원해임 요구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