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함께 "1백만 과학발명영재 육성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상희 한국과학발명영재단 이사장은 21일 "지식기반 사회의 핵심 경쟁력은 영재가 될 것"이라며 "땅 속 깊이 묻혀있는 영재를 발굴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희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을 간추린다. -1백만 영재육성 사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많은 소년 단체들이 있지만 사회가 전문화,세분화,다원화되는 추세에 있는 만큼 소년 단체들도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춰야 한다. 드디어 영재교육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영재는 가장 필요한 자원이라는 인식 하에 단계적으로 우리 교육에 영재교육이 도입됐기 때문에 영재를 대상으로 하는 소년단체의 설립이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이와 함께 지식기반 사회가 도래하면서 결국 창의력이 국가 경쟁력 또는 경제에 엄청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각계 영재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조기 교육을 통해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단체 활동을 통해 이런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 따라서 과학영재단 발족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국의 영재교육법을 보면 '영재는 국가의 안보 복지 경제의 기본적 자산'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안보든 복지든 영재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함께 영재단을 만드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필수적인 것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사업을 벌일 계획인가. "영재교육법이 통과되고 나서 과학기술부가 발빠르게 부산과학고등학교를 과학영재고로 선정,집중 지원을 펴게 됐다. 과학영재 육성사업을 기초과학 육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따라서 우선 한국영재학회와 점차적으로 확대될 과학영재고등학교,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해외의 저명한 영재학교와 함께 아이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게임적 요소를 가미해서 자율적으로 온·오프라인 활동을 펴나갈 계획이다" -영재의 개념은 무엇인가.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영재는 이와 개념이 다르다. 전문화 사회로 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능력이 요구된다. 특정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영재다. 어떻게 보면 영재는 타고나는 것보다는 각 개인이 갖고 있는 나름의 능력을 개발시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얼굴이 모두 제각각인 것만큼 능력도 모두 다르다. 극단적으로 공부는 다소 못 하더라도 인간관계를 잘 엮어주는 능력을 갖고 있어도 영재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박세리나 김미현 선수 모두 탁월한 영재다. 사실 영재는 재능이 땅 표면에 깔려있느냐,땅 몇백미터 밑에 묻혀 있느냐에 차이가 있다. 표면에 있다면 쉽게 발굴할 수 있는데 실제 순수한 영재는 땅 속 깊이 파묻혀 있다" -어떤 방법으로 깊이 묻혀 있는 영재를 발굴할 것인가. "가정에서의 교육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보통 어머니들이 다른 형제나 이웃 아이들과 비교를 하면서 공부를 잘 하라고 다그치는 경우가 많다. 얼굴이 다른 것은 인정하면서도 재능은 모두 똑같기를 원하는 것은 잘못이다. 산업사회의 대량 생산체제에서는 이런 것이 통할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슨 재능이 있는지를 찾아내줘야 한다. 아인슈타인도 엉뚱한 질문을 자주해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지만 어머니는 호기심이 많다는 장점을 발견하고 훌륭한 학자로 키우기 위한 교육을 했다. 따라서 어머니들에 대한 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적으로는 영재 진단법 같은 것을 공인화시켜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춰야 한다. 또 영재 지도교사를 골라 양성해야 한다. 영재 교육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도 설치돼야 한다" -영재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어렵게 영재교육법을 만들었는데 앞으로 가급적 지방자치단체에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법이 수정돼야 할 것이다. 지난번 중국 장쩌민 주석이 노과학자의 집에 찾아가 생일 축하를 해줬는데 이는 국가가 과학자의 사기를 진작시켜주기 위한 일종의 홍보행위였다.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이 일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21세기는 희망의 시대고 가능성의 시대이며 자기 자신이 창조하는 시대다. 옛날 농업사회 때에는 대지주의 아들 딸로 태어나야 희망이 있었다. 산업사회에서는 부모로부터 공장 하나는 물려받아야 했지만 오늘날에는 부가가치가 머리에서 나온다. 빌 게이츠나 스필버그 등은 자신의 머리를 바탕으로 운명을 개척해서 자산을 만들었다. 창의력만 있으면 단시간내에 운명을 창조할 수 있다. 학생들은 아직까지 1%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창조적 능력을 개발해서 사회의 미래를 밝게 해야 한다. 부모님들도 자기 자신이 과거에 살아온 잣대를 갖고 아이들의 미래를 관리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모습과 미래의 변화를 살펴 아이들에게 어떤 능력을 개발해줘야 할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훌륭한 교육열정에다 이런 점만 추가가 된다면 이스라엘보다 월등히 뛰어난 부모가 될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은. "미국은 과학기술 정책이 완전히 나노 바이오 기술로 틀을 바꿔버렸다. 대규모 예산을 투자하면서 이미 정보기술(IT)보다 예산규모가 훨씬 커졌다. 나노기술과 바이오 기술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예산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정면승부는 불가능하다. 틈새 기술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글=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