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반월공단 내 동(銅)주물업체 이구산업. 공장 안에 커다란 용광로가 있고 이곳에서 섭씨 1천도가 넘는 벌건 구리물이 쉴새없이 토해져 나온다. 용해된 구리는 롤러를 타고 흐르며 동·아연 합금코일로 만들어진다. 용광로 앞에서 땀 흘려 일하고 있는 사람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자이나 코보씨(33)다. 그뿐만이 아니다. 슬래브와 열간압연공정에서도 외국인이 눈에 띈다. 이 회사의 현장근로자 80명중 13.8%에 해당하는 11명이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이다. 특히 어려운 작업은 외국인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도금업체 S사는 전체 종업원 8명중 5명, 피혁업체 K사는 20명중 11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은 외국인근로자로 물결을 이룬다. 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들 2개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4천9백60명. 전체 근로자 11만명의 4.5%에 이른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를 합칠 경우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노종남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사무국장은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반월과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약 3만명에서 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가 전국적으로는 약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도금 열처리 피혁 주물 단조 등 기반기술분야 근로자는 급속도로 외국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으로 꾸려가는 업체가 수백개사에 이른다. 실업자가 넘쳐나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다. 기반기술은 자동차 전자 철강 통신제품 등의 부품과 뼈대를 만드는 뿌리기술이다. 'Made in Korea'가 찍힌 국산 간판제품의 상당수가 사실상 외국인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도제 시스템으로 기술을 전수하던 이 분야에서 내국인들이 일하는 것을 기피함에 따라 기술의 맥이 끊기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없으면 국내산업이 멈추게 되는 현상마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낮은 임금 때문에 외국인을 쓴다는 것도 옛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이들이 받는 임금이 급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3∼4년 전만해도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됐으나 요즘은 내국인의 70∼80% 수준에 이른다. 이구산업의 경우 내국인 근로자 초임이 잔업수당 휴일수당을 합쳐 월 1백20만원 수준인데 외국인근로자는 92만원에 이른다. 내국인의 76.7%에 달하고 있다. 내.외국인간 임금차별을 없애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목재업체인 K사는 외국인근로자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