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0:23
수정2006.04.02 00:26
올해부터 공인회계사(CPA) 선발인원이 1천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일감이 크게 줄어든 회계법인들이 예년보다 수습회계사 채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돼 시험 합격자들의 "구직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일반 기업의 재무, 회계담당자로 일하면서 실무교육을 받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합격자들이 회계법인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수는 시험에 합격하고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또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늘어난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정부는 당초 올해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을 7백50명으로 확정 공고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 등을 위해 공인회계사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선발인원을 1천명으로 늘렸다.
현재 CPA 시험에 합격한 뒤 회계법인에서 2년 이상 또는 일반 기업의 회계 경리부서에서 3년 이상 실무교육을 거쳐야 공인회계사로 등록된다.
회계업계에서는 일반 기업의 전문 회계인력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회계사 선발인원 확대는 긍정적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회계사시험 합격자의 대부분이 회계법인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과 비춰 보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실제 회계법인 만큼 수습교육에 효과적인 기관도 없는 형편이다.
사실상 채용이나 다름없어 취업을 보장받는데다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수요는 줄어들 듯 =대형 회계법인중 삼일 안건 영화회계법인 등은 1백여명 가량을 채용할 예정이다.
삼정회계법인은 50-70명 정도의 합격자를 수습회계사로 받아들일 계획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합격자 1천명 가운데 5백여명 정도가 회계법인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머지 합격자들은 일반기업이나 정부 출연기관, 협회 등 단체, 회계연구원 등에서 수습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4백-5백명, 중소형 회계법인에서 1백여명을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4백-5백여명의 합격자들은 일반기업에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일반 기업의 경우 공인회계사 합격자를 위해 별도 채용공고를 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요 인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회계법인에 들어가지 못하는 회계사들은 일반 대학졸업생들과 함께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직난은 지속될 전망 =내년 이후에도 해마다 1천명 이상의 공인회계사 합격자가 배출될 전망이다.
따라서 CPA 합격자의 구직난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등의 분야에서 일감이 크게 늘어나면서 공인회계사 합격자들을 서로 모셔가기 바빴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경기가 어려울때 회계사 선발인원이 늘어나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갑작스레 선발인원이 늘어나 다소의 혼란이 예상되지만 공인회계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인태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은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를 늘린 것은 전문 회계인력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사회 전반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반드시 회계법인에서만 실무교육을 받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급적 많은 인원이 회계법인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겠지만 일반 기업에서도 전문회계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합격자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일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