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빛은행의 공조 방침은 기업구조조정의 큰 틀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부 주도가 아닌 채권단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관행이 뿌리를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은 60대 주채무계열 기업중 35곳의 주채권은행일 만큼 기업과의 거래가 많은 은행이다. 두 은행이 손발을 맞춘다면 기업 회생 및 퇴출작업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채권은행 상설협의회'가 이르면 26일 설립되고 다음달 중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 이같은 공조체제는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면서 상시퇴출시스템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두 은행이 손잡는 이유 =한빛 산업은행은 기업 여신이 많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급보증 등을 뺀 한빛은행의 순수기업대출금은 지난 5월말 현재 17조6천억원이다. 산업은행의 기업대출금은 42조8천억원대에 달한다. 두 은행의 기업대출금만 합해도 은행권 전체 기업대출금 2백조여원의 30%에 육박한다. 두 은행은 기업 여신이 많은 만큼 기업 구조조정의 성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덕훈 한빛은행장이 "한빛은행이 영업이익을 내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실기업 정리가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더욱이 두 은행은 직.간접적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구조조정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고 한빛은행은 정부가 1백%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이라고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주도했었다. 이번 공조는 향후 기업구조조정 작업의 주도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 대상 기업은 어떤 곳들인가 =두 은행은 우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들과 6월말까지 취합될 '상시평가대상 기업'의 생사 여부에서부터 공조체제를 가동시킬 예정이다. 한빛은행이 담당하는 워크아웃 기업은 현재 13개사에 달한다. 대우 대우통신 대우전자 대우전자부품 등 대우계열 4개사와 고합 갑을 새한미디어 신동방 벽산건설을 합친 9개사 등이다. 산업은행은 새한 남선알미늄 대우조선 대우기계 대우자동차판매 등 5개사를 맡고 있다. 이 중 조기졸업 권고를 받은 벽산건설 등과 CRV(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 매각 등을 추진중인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처리 방안이 양 은행의 1차 협의 대상으로 들어간다는게 은행측 설명이다. 한빛은행은 LG 등 26개 계열기업을, 산업은행은 풍산 등 9개 계열의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다. 최근 현대석유화학에 대한 대주주 감자 방안도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와 이덕훈 한빛은행장이 숙의,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걸림돌은 없을까 =두 은행의 공조 방침에 따라 채권단내 신속한 의견 조율과 이에 따른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두 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은행의 경영 정상화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이 미뤄진 것은 퇴출에 따른 손실을 1차적으로 은행이 떠안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면에서 한빛과 산은이 지난달말 전략적 제휴를 맺고 수익사업을 함께 펼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덕훈 한빛은행장은 "올해 2조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1조원 가량 영업이익을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도 손실을 정부가 메워주고 있지만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중심이 채권단으로 넘어오면 국내 현실상 이를 주도할 곳은 한빛 산업은행뿐"이라며 "은행 영업환경이 좋아짐에 따라 기업구조조정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