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때 레지스탕스였고 한때 국회의원이었던 가톨릭 사제.

엠마우스 빈민공동체를 만들어 반세기 넘게 빈민,노숙자,부랑자와 함께 생활해온 가난한 자의 대부.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인,"최고의 휴머니스트"로 꼽는 아베 피에르(89) 신부다.

무엇이 그에게 이토록 극적인 삶을 살게 했을까.

피에르 신부는 자신의 90 평생을 되돌아보는 자전적 고백서 "단순한 기쁨"(마음산책,9천원)에서 그 대답을 들려준다.

1912년 프랑스 상류층의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란 피에르 신부는 열아홉살 때 많은 유산과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사제의 길을 택했다.

2차대전이 일어나자 그는 사제의 신분으로 레지스탕스에 가담했다.

정치적 동기에서가 아니라 인종적 박해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전쟁이 끝난 뒤 국회의원이 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부조리와 불합리를 타파하기 위해 정치적 힘에 호소했던 것.

6년 이상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정치인들이 할 일은 근본적으로 누구에게서 돈을 얻어내 재분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다"고 했다.

엠마우스공동체도 이때 만들어졌다.

피에르 신부는 자신이 살던 집을 개조해 집없는 사람과 빈민,부랑자,전쟁고아들을 받아들였고 이 공동체를 "엠마우스"라고 이름했다.

오늘날 세계 44개국 3백50여개 단체로 늘어난 엠마우스공동체는 3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킨다.

먹을 것은 직접 노동해서 벌고,모든 것을 나눠 가지며,베푸는 사람이 되기 위해 생활하는 데 충분한 정도 이상의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베풀며 살자는 얘기다.

피에르 신부는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도 사랑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인간의 자유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왜 이 땅에 태어났을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리고 "인간은 사랑하면서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우주보다 위대하다"고 단언한다.

그의 사랑에는 인종도 국경도,종교도 없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사람과 그를 고통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구분이 있을 뿐이다.

그는 "참된 종교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존중하는 종교"라며 지난날 기독교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비판하고 종교적 광신에 대해 분노하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피에르 신부는 "타인들 없이 행복할 것인가,타인들과 더불어 행복할 것인가. 혼자 만족할 것인가,타인과 공감할 것인가. 이 선택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고 우리를 만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행동하자고 선언한다.

빈곤과 실업,인종차별주의에 맞서 전쟁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며 국제적인 연대를 호소한다.

그는 이 싸움을 "아름다운 전쟁"이라고 부른다.

피에르 신부는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썼지만 타인들과 단절된 자기자신이야말로 지옥"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면서 이런 삶의 길을 제시한다.

사랑하라.

믿으라.

용서하라.

타인이야말로 내 삶의 "단순한 기쁨"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