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원제 Princes et Princesses.감독 미셸 오슬로)는 역설적이지만 단순함으로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른바 "실루엣 애니메이션".빛과 그림자만으로 놀랄만큼 정교하고 유려한 영상을 펼쳐낸다.

실루엣(그림자)애니메이션은 빛이 투과되는 배경위에 인형등을 올려놓고 조명을 비춰 생긴 그림자를 한 프레임씩 찍어 영사하는 기법.흰벽이나 창호지를 바른 문앞에 전구를 가져다놓고 손으로 개짖는 모양등을 비춰내던 그림자 놀이를 떠올리면 된다.

검은 그림자로 나타나는 인물들은 섬세한 선과 유연한 움직임으로 생명력을 발한다.

배경화면을 물들인 우아하고 풍요로운 색감은 인상파 미술작품처럼 아름답다.

가히 "빛과 색의 마술"이라 부를 만 하다.

감독인 미셸 오슬로는 프랑스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으로 지난해말 개봉됐던 만화영화 "키리쿠와 마녀"도 그의 작품이다.

"프린스..."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높은 인기를 얻었던 화제작.형식상의 새로움도 돋보이지만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넘치는 이야기 또한 매력적이다.

"사랑"을 소재로 한 6개의 에피소드를 묶은 옴니버스 형식.한편 한편의 이야기들이 짧지만 밀도있는 극적 재미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자비한 살인을 즐기는 여왕의 깊은 내면에 감춰진 고독을 치유하는 조련사,영원한 사랑을 맹세해놓고 모습이 달라지자마자 당장 태도가 돌변하는 왕자와 공주...

각각의 이야기에는 사랑과 고독,고통과 치유,용서와 이해가 재미나게 담긴다.

재기발랄한 상상과 웃음섞인 우화속에는 풍성한 은유와 깊이있는 통찰까지 녹아있어 성인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청각적인 즐거움도 크다.

프랑스어 특유의 구르는 듯한 리듬감과 오르내림이 독특한 억양을 십분 살린 간결한 대사들은 명랑한 노래를 듣는 듯 하다.

색다르고 재미있는 작품.5월5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