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씨의 원작소설을 극화한 작품 ''홍어''가 오는 21일 밤 11시 KBS 2TV의 TV문학관에서 방영된다.

연출을 맡은 장기오 PD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원작의 배경을 화면에 담기 위해 3년전에 기획한 이 작품을 지난 1월에야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25편의 TV문학관을 연출해온 장 PD는 단조로운 듯한 줄거리지만 다양한 상징과 암시를 곳곳에 배치,작품에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연출솜씨를 보여준다.

작품의 주인공은 외딴 산골마을에 살고 있는 13세 소년인 ''나''와 나의 어머니다.

삯바느질로 연명하는 어머니는 부엌 문설주에 홍어를 걸어둔 채 주막집 여자와 눈이 맞아 도망친 ''홍어''라는 별명을 가진 아버지를 여러 해째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18세쯤 되어 보이는 거렁뱅이소녀 삼례가 찾아온다.

몽유병과 도벽 등 기이한 행동을 보이던 삼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1년후 삼례는 ''술집 색시''가 돼 다시 나타나지만 어머니는 삼례에게 뭉칫돈을 주며 마을을 떠나게 만든다.

그해 겨울 또 다른 여자가 찾아와 아버지의 아이인 듯한 갓난아이를 두고 떠난다.

그리고 결국엔 아버지가 돌아온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버지와 하룻밤을 보낸 어머니는 아침 일찍 사라지고 만다.

이 드라마는 어머니가 겪고 있는 갈등과 욕망을 직접적인 설명 없이 다양한 상징과 영상처리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

예를 들어 삼례는 인고의 세월을 살아가는 어머니와 닮아 있다.

어머니가 그녀를 깨끗이 씻긴 후 주황색 저고리를 입혀놓고 흐믓해하는 것은 예뻐지고 싶어하는 여자로서의 욕망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연출자는 또 아내로서 의무감에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욕구를 화려한 옷감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녀가 붉고 노란 천들을 있는 힘을 다해 인두질하는 모습을 통해 떠나고 싶어하는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있다는 점을 표현한다.

하지만 마당 빨래줄에 걸린 색색의 천들이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펄럭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그녀가 떠나고 말 것이라는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장 PD는 "마치 솜사탕이 가득한 것 같은 겨울 풍경속에 한많은 삶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