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와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을 놓고 정면 격돌로 치닫는 것은 올해 삼성전자 등 대기업 주총에서 밀릴 경우 어느 쪽이든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참여연대가 내세우는 쟁점은 주총장에서 결말이 나겠지만 해당 기업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게 돼 재계는 그동안 대책 마련에 부심해왔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수익성과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액주주운동이 전개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재계 입장 =재계가 소액주주운동의 중단을 촉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기업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주주이익 증대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민단체의 활동이 경제민주화라는 명분 아래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기업 경영에 관여시켜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경영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재계는 주장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소액주주운동이 기업의 불투명성을 제거하는 데 공헌한 점은 인정하지만 외국의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국내 기업을 비방하며 위임권 확보에 나서는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운동가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주주 이익이 아니라 노동 및 시민운동가에 의한 기업의 통제로 보인다"(자유기업원)는 시각도 있다.

◇ 참여연대 주장 =장하성 경제민주화위원장의 반박 기자회견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경제5단체의 선언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왜곡이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소액주주운동을 일방적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액주주운동은 다수의 소액주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기업지배구조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소액주주운동을 한층 활발하게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전경련 간담회에 참석, ''현실적으로 시민단체가 소액주주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주요 주총 현안 =9일 주주총회가 열리는 삼성전자의 경우 주총 안건중 ''이사 선임의 건''이 가장 큰 쟁점거리다.

회사측은 임기 만료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재선임할 예정이나 참여연대는 주주 제안으로 전성철 세종대 세계경영대학원장을 추천, 표대결 공방을 벌이게 된다.

참여연대는 국내외 주주 및 수십여개 해외 기관투자가로부터 1.19% 이상의 의결권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아들 재용씨의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만큼 재용씨의 경영참여 및 증여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하다.

참여연대 김진욱 변호사는 "재용씨의 경영 참여를 막을 수는 없지만 주주총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주총장에서 회사측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예상보다 반대 의견이 많이 나와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측은 특히 외국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에서 주주총회를 여는 SK텔레콤은 참여연대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수용키로 해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현대 계열사라는 이유로 참여연대의 3개 주요감시 회사 중에 포함돼 있으나 현대 계열에서의 분리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라 마찰을 빚을 만한 뚜렷한 현안은 없다고 밝혔다.

정구학.장진모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