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영화의 신기원을 연다" 거대한 포부로 출발한 "천사몽"(감독 박희준.제작 주니파워픽처스)은 SF로맨스라는 새장르와 홍콩스타 리밍,신세대 스타 이나영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공상과학"이 실종된 어설픈 판타지 멜로에 그쳤다.

줄거리는 형사인 성진(리밍)이 전생에서 사랑했던 공주 로제(박은혜)를 구하기 위해 전생으로 돌아가 여전사 쇼쇼(이나영)등과 함께 악당들과 싸운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이비 종교에,물리학에,전생에,신분차에 가로막힌 사랑..복잡한 스토리 라인은 따라가기 벅차고 중심축인 공주-정략결혼자-무사의 삼각관계는 밋밋하고 진부하다.

몇가지 인상적인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천사몽"은 우선 SF적 상상력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철학적 예언자적 통찰이라는 SF의 심원한 가치는 아예 논외로 하자."새로운 공간"으로 설정된 전생과 현재는 "신기한 볼거리"조차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하다.

"2% 부족할때"를 마시는 "현재".경찰차나 오토바이나 권총이나 의복 어느것도 2001년 대한민국 서울과 다를 바 없건만 느닷없이 등장하는 미래형 최첨단 무기는 멋적다.

국적불명,시대불명의 "전생"도 마찬가지다.

원로회의에서는 홀로그램으로 전략 브리핑을 받는데 병사들의 무기는 철기시대쯤 쓰였음직한 쇠도끼 무쇠칼 철방패다.

기기묘묘한 돔형 궁궐안에 있는 공주의 방은 화장대며 옷장이며 주름진 커튼이 꼭 잘꾸며진 호텔방 같다.

왕과 왕비가 "~했소"라며 사극조 대사를 나누는 동안 젊은이들은 지극히 현대적인 어법을 구사한다.

강약조절 없는 음악도 몹시 거슬린다.

주인공들이 나오기가 무섭게 메인테마곡이 반복되고 싸우는 장면마다 비트강한 음악이 귀를 찢을 듯 하다.

연기의 부조화도 결정적인 결함이다.

리밍의 무게감이나 이나영의 카리스마 가득한 눈빛으로도 다른 배우들의 뻣뻣하고 부자연스런 연기를 메꾸기는 역부족이다.

순제작비 38억원을 들인 "천사몽"은 "외형 거대화.내용 부실화"라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취약점을 또다시 드러내고 말았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의욕과 진일보된 특수효과라는 의의는 다음문제다.

17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