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거래소 시장은 투자자에게 "기쁨"보다는 "아픔"을 많이 안겨줬다.

연초에 비해 종합주가지수가 반토막 이상 하락하는 등 대부분 종목이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모두 꽁꽁 얼어붙어 갈수록 침체의 늪으로 치닫는 모습이었다.

유통시장은 미국증시의 영향과 구조조정의 회오리속에 투자위험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시장의 불신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시장 역시 안전한 국공채에만 매수세가 몰렸다.

그 결과 회사채시장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증권거래소 시장의 2000년 한해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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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권거래소의 발행시장은 처참했다.

증시 침체로 공모시장 자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공개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신규공모 상장절차를 밟은 기업공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 해 동안 아무런 일도 한 게 없는 것 같다"(증권거래소 상장심사부 직원)는 말까지 나왔다.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공모시장이 여전히 북적거리는 코스닥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기업공개와 달리 유상증자 규모는 4조9천억여원으로 그럭저럭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물론 33조원대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해선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91∼97년까지 유상증자 규모가 1조7천억∼5조5천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상증자는 평년작이었던 셈이다.

유상증자가 상장기업 자금조달원으로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발행시장의 체면을 간신히 지킨 셈이다.

◆기업공개는 ''개점휴업''=증권거래소는 올해 상장건수가 모두 7건(뮤추얼펀드 2개 포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뮤추얼펀드 15개를 포함해 31개사가 상장된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된다.

신규 상장자본금을 비교해도 올해 9천7백56억3천1백만원으로 지난해 4조4천7백73억1천5백만원에 비해 78.2%나 감소했다.

그러나 거래소시장의 문을 두드려 상장 관문을 통과한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작 ''손님다운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1년 뒤에 청산하는 뮤추얼펀드가 2개였고 한세실업과 나자인 한국내화 등 코스닥등록 기업이 거래소로 ''이사''온 사례가 3건이다.

나머지는 공모절차를 밟지 않고 직상장한 한국중공업과 동원산업에서 분리 상장된 동원F&B였다.

올해는 일반인을 상대로 주식공모 절차를 거쳐 상장한 신규공모 상장(IPO)이 한 건도 없었던 것이다.

이같이 발행시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이른 것은 증권거래소가 상장 관련 통계를 낸 지난 89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신규공모 상장이 한 건도 없었던 해는 지난 83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참고로 거래소 상장 건수는 종합주가지수가 1,007.77까지 올랐던 지난 89년이 1백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92년(4건)까지 3년 연속 감소하다가 93년(8건) 94년(31건)에 증가했고 95년에는 28건으로 다시 감소했다.

또 지난 96년부터는 코스닥등록 기업의 증권거래소 직상장 사례가 생겨났다.

코스닥등록 기업의 직상장 건수는 96년 31건,97년 20건,98년 1건,지난해 5건,올해 3건 등이다.

◆유상증자는 ''평년작''=금융감독원과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의 유상증자 규모는 4조9천1백61억7천8백만원(12월 예상치 포함)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유상증자 규모 33조4천2백69억2천3백만원보다 85.29%나 감소한 수치다.

증시 활황으로 사상 최대의 유상증자 규모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유상증자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연도별 유상증자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해와 지난 98년에만 각각 33조4천억여원과 13조4천억여원으로 10조원대를 넘었을 뿐이다.

지난 92년에는 1조7천억여원 수준이었고 지난 94,95년에도 5조원대였다.

유상증자 건수도 올해 74건으로 지난해 2백50건에 비해 3분의 1도 채 안되는 수준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상반기가 39건으로 하반기에 비해 조금 많았다.

월별로는 지난 7월에 유상증자가 단 한 건도 없었던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7월 이후 하반기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유상증자를 실시한 기업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 6월에는 유상증자 건수가 8건이었지만 금액기준으로 1조92억4천2백만원을 기록, 월별로는 가장 많은 규모를 나타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