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소리없이 M&A(기업 인수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장기간의 증시침체로 기업의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나 수익력에 비해 턱없이 저평가된 종목이 속출하자 이들 기업의 소유권을 넘보는 "큰 손"들이 먹이사냥에 나서고 있다.

아직 가시화될 정도로 진도가 나간 상태는 아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자본금이 적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M&A 물밑작업이 활발하게 진행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소형주의 시세분출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분경쟁을 수반하는 적대적 M&A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초대형 호재다.

투자자입장에서 보면 대박을 터뜨릴 기회일 수 있다.

<>개별종목의 시세분출=종합주가지수는 지난 7월말 705.97에서 지난 27일 515.34으로 27.0% 하락했다.

최고 우량주인 삼성전자마저 3개월여만에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도 "나홀로" 시세를 내는 종목이 적지 않다.

관리종목과 우선주를 제외한 보통주를 기준으로 지난 7월말이후 3개월동안 주가가 50%이상 오른 종목은 모두 39개에 이른다.

이중 1백%이상 급등한 종목도 12개나 된다.

자본금이 1백억원 안팎인 소형주에서 주로 급등종목이 배출됐다.

이들 종목 주가는 장기간 횡보세를 보이다가 서서히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상승바람을 일으켰다는 특징이 있다.

일부 종목에선 M&A 소문이 주가 급등의 지렛대로 활용됐다.

동원경제연구소는 이처럼 자본금이 적고,주가는 싸고,대주주 지분이 낮아 M&A바람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으로 우성사료 샘표식품 세방기업 대한펄프 삼아알미늄 대한페인트잉크 전방 보해양조 대림수산 위스컴 영창실업 부산스틸 성도 세림제지 동일방직등을 꼽았다.

<>M&A인가 작전인가=중소형 급등주 가운데엔 "세력"이 개입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작전종목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 내재가치는 별 볼일 없는데도 주가가 하염없이 오르는 경우엔 시세조종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상당수 종목은 M&A(인수합병)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시침체 여파로 주가가 기업 내재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하락하자 "큰 손"들이 기업의 소유권을 염두에 두고 주식매집에 나서고 있다는 것.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청산가치)보다 낮은 기업이 3백개에 달한다.

2~3년간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시가총액을 넘는 기업도 있다.

예컨대 지난 8월이후 3개월 동안 주가가 1백30% 오른 신촌사료를 보자.

지난 8월초 주가 1천2백원(액면가 5백원)에 시가총액은 72억원이었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9억원이다.

2년간 벌어들이는 이익만으로 발행주식 100%(시가총액)를 몽땅 사고 남을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었다.

신촌사료는 지난 27일 현재 2천6백80원으로 최근 3개월간 배이상 올랐다.

<>M&A테마 무르익을 듯=전문가들은 침체증시가 지속될수록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M&A 움직임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약세장이 1년가량 지속되면서 주식투자로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지자 시세차익과 함께 경영권까지 노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평가된 기업을 타킷으로 집중 매집한뒤 주가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고,그렇지 못할 경우 경영권을 인수해버린다는 개념이다.

물론 매집한 지분을 경영권 공격의 무기로 삼아 대주주에게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그린메일링의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현대증권은 최근 자료에서 "지난 7월이후 18개의 상장기업이 M&A와 관련된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데서도 알수 있듯이 M&A가 향후 시장의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투자요령=일반인들이 M&A라는 대박열차를 타려면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허위로 M&A 재료를 흘린 뒤 추격매수를 부추기는 세력도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액 개인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려 개인투자자의 추격매수를 유도한 뒤 손을 털어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매매 타이밍도 중요하다.

적대적 M&A를 재료로 급등한 주가는 재료가 소멸되는 즉시 급락하는게 보통이다.

창투사인 아이베스트의 적대적 M&A시도로 관심을 모은 벽산이 대표적이다.

벽산은 지난 8월초 3천7백원대에 머물렀으나 M&A라는 숨은 재료를 바탕으로 소리소문없이 9월27일에 1만6천9백원까지 올랐다.

2개월간 상승률은 3백56%.그러나 10월초 벽산이 적대적 M&A에 휩싸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재료노출인 셈이다.

벽산 주가는 최근 7천원대로 다시 내려와 있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M&A재료가 붙으면 주가는 과열상태로까지 치솟게되지만 재료가 소멸되면 급락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