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영화들이 있다.

작품에 담긴 심오한 철학이나 감독의 깊은 뜻을 의식해야 할 의무감을 싹 털어버리는 한없이 가벼운 영화.

인도영화 "춤추는 무뚜"(원제;Muthu)는 가벼움을 넘어 "유치찬란"의 극치를 달린다.

큰 줄거리는 인도판 "왕자와 거지"다.

백만장자의 충실한 하인 무뚜(라지니칸트)가 사실은 그 집안의 아들임이 밝혀지는 것.

여기에 어여쁜 여배우 랑가(미나)와의 로맨스가 시끌벅적한 노래와 화려한 춤속에 어우러진다.

이소룡 스타일의 과장된 액션,위악적인 원색의 촌스런 색감,가짜임이 뚜렷한 그래픽,정신없이 들고나는 줌인과 줌아웃,거친 편집들...

메시지대신 원초적 재미를 좇는 영화에서 세련미라곤 찾을 수 없다.

시골 구멍가게에 진열된 조악한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는 그러나 이전에 한번도 맛보지 못한 특이한 향미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난데없이 코를 불어대는 코끼리가 나타나는 황당함,"벤허"를 방불케 하는 마차 추격전에서 위기를 벗어날때의 기상천외함,세익스피어의 "헛소동"을 떠올리게 하는 어이없는 편지소동등은 할리우드의 영악한 상상력과 색깔을 달리하는 순진하고 귀여운 모양새로 포복절도할 즐거움을 안긴다.

남인도의 타미르어는 고저강약이 독특해 청각적인 재미를 준다.

틈만나면 불러대는 노래들도 들을수록 매력있다.

"쉭쉭"소리나는 수건돌리기와 능글맞은 연기로 객석을 뒤집어놓는 라지니칸트는 인도에서 최고 개런티를 받는 국민배우다.

"마사라"(인도음식에 쓰이는 향료)라 불리는 인도 오락영화의 대표격인 "무뚜"는 일본에서 개봉돼 70억원을 벌어들이는 저력을 과시했다.

"진지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고개를 내젓겠지만 알록달록한 유치함에 관대하다면 정신을 못차릴만큼 재미있을 듯.

물론 매일 이런 영화만 봐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95년작.

15일 개봉.

<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