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크로스오버카 유행에 맞춰 국내 최대 메이커인 현대가 내놓은 싼타페를 시승했다.

주행하는 동안 쏟아지는 시선에 운전을 제대로 하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다.

현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도시형 SUV인 탓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양감(볼륨감)이 뚜렷한 미국적 디자인과 농익은 오렌지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상이 튀었기 때문인 것같다.

트라제 XG와 싼타페는 여러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EF 쏘나타/그랜저 XG의 섀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같은 엔진에 LPG 연료를 사용하며 탑승인원은 다르지만 모두 절세혜택을 받는 승합모델이다.

차이라면 트라제 XG가 미니밴 스타일의 승용차인데 반해 싼타페는 4륜구동 스타일의 승용차라는 것이다.

실내도 외부와 마찬가지로 큼직큼직한 덩어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대시보드 중앙이나 도어 손잡이 부근,기어 레버 주변 등에 사용된 소프트 터치의 소재는 질감이 매우 좋다.

공간구성도 잘 되어있어 전반적으로 넉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SUV답게 수납공간에 대한 배려도 세심하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의 위치에 비해 약간 누운 듯 하고 전면유리와 지붕이 만나는 부분이 머리와 너무 가깝다.

평범한 시내주행에서는 이 차가 전륜구동방식이라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다.

높이 앉는 운전자세와 넓은 시야 덕분에 운전환경은 매우 우수하다.

수동변속기의 장점을 지닌 H-MATIC 자동변속기도 운전을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변속속도도 빠른 편이고 적절히 엔진브레이크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단을 올리고 내리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시에는 자동으로 변속을 해 주는 스킵 쉬프트 기능도 갖추고 있다.

승차감은 거의 승용차에 가깝다.

서스펜션 셋팅은 무른 편이지만 출렁거리지 않게 세련되게 조절했다.

높은 지상고 덕분에 코너링시 롤이 생기기는 하지만 차체를 바로잡기는 어렵지 않다.

노면상태가 고른 비포장도로라면 어느 정도 속력을 내어 달려도 탑승자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억지로 만든 3열 시트에 밀려 스페어 타이어는 뒷도어 아래의 차체 바닥에 위치하게 됐고 그나마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도너츠형 임시 타이어이다.

공구함도 3열 시트에 밀려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뒷바퀴 안쪽에는 후륜구동을 위한 디퍼렌셜이 없는 대신 대형 LPG 탱크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하반기에 등장할 4WD 모델은 LPG 대신 디젤 엔진만을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대체적으로 흠 잡을만한 곳이 거의 없고 만족스러운 편이지만 가치에 비해 차의 가격이 약간 높게 느껴지고 차종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이 다소 아쉽다.

< 유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