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봉하는 "컵"은 티베트 승려들에 관한 이야기다.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유서깊은 사원과 망명중인 달라이 라마로 대표되는 티베트의 신비로운 모습은 마틴 스콜세지의 "쿤둔",장 자크 아노 감독의 "티벳에서의 7년"등의 영화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엉뚱한 내용의 작품이다.

어린 승려들이 급변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세속인처럼 생활하고 픈 심정들을 코믹하게 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승려들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다르다.

제례의식중 장난을 치는가 하면 꾸벅꾸벅 조는 승려들도 있다.

황당한 것은 승려들이 지난 98년 프랑스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려들은 월드컵 TV생중계를 보길 원한다.

이들은 사원의 노스님과 주지스님이 사원에서 결승전만 볼 수 있다고 허락하자 돈을 갹출해 마을에서 TV와 안테나를 빌려 결승전 장면을 본다는 웃지 못할 스토리다.

노스님은 월드컵은 커녕 축구경기 자체를 모른다.

어린 승려들이 세태에 빠져드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결승전 시청을 허락한 것은 그의 낙관적인 시각을 반영한다.

노스님은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부처님의 뜻을 이어갈 것으로 믿는다.

그들은 티벳 독립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론 2002년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컵"은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키엔츠 노부 감독은 티베트불교의 종교 개혁자인 키엔츠 왈포의 7대 환생 라마로 알려진 괴짜 인물이다.

출연진들이 연기라곤 해본 적이 없는 수도승중에 발탁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99년 토론토영화제 관객상과 뮌헨영화제 퓨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