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너머로
남의 인생을
열심히 구경하다가
모두 돌아간
빈 무대에
비로소 박수를 보낸다.
어떤 비유의
꽃잎이
시나브로 지고 있었다.

임강빈(1931~) 시집 "등나무 아래에서"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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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너머로 구경하던 남의 인생에 열심히 박수를 치다 보니 이미 무대는
비어 있다...

무언가 아웃사이더로 살았다는 느낌, 누구나 조금씩은 갖는 이런 생각이
시의 공감대를 이룬다.

극장에서 나오니 꽃잎이 시나브로 지고 있었을까.

여기서 사용한 "모르는 사이 조금씩"이라는 뜻의 "시나브로"에 주의하자.

이 말을 처음 쓴 것이 이 시인은 아니지만, 시나브로 지는 꽃잎에서 자신의
비유를 읽은 것은 이 시인이 처음일 것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