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험실 창업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대학가에 성공 벤처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강점을 내세워 성공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얼마전 서울대 실험실벤처 3R(대표 장성익)의 공모 주간을 맡은 한빛증권의
조장식 팀장은 청약 마감일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인터넷을 통하지 않은 일반 공모만으로 모인 돈이 3천7백억원이 넘었기
때문.

코스닥 등록전에 실시한 일반공모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3R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와 학생들의 절묘한 팀워크가 강점이다.

특히 한국 최고의 두뇌집단인 이들 교수진의 지원은 기술수준을 한껏 높여
주고 있다.

3R는 동영상 녹화장비 "디지털 비디오 레코더(DVR)"로 국내외에서 확실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보안장비 전시회에서 세계 유수의 메이커들
을 제치고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할 정도다.

고려대 화학과 연구교수였던 이행우 박사가 만든 벤트리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아이템은 김 서림 방지 화학제품.

벤트리의 유리세정제는 거울이나 유리에 김과 물방울이 서리는 것을 막는
신물질이다.

비오는 날 김이 서리지 않는 자동차 유리를 실현시킬 수 있는 꿈의 소재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중국으로부터 5천만달러의 유리세정액 원액 수출주문을
따냈다.

또 3월엔 미국의 3M에 일부 기술정보를 제공한다는 의향서를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4일엔 코스닥 등록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 박사과정 시절 타고 다니던 자동차 유리에 자욱하게
끼는 김을 없애기 위해 시작하게 된 그의 연구는 이제 큰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숭실대의 에밀레사운드사(대표 배음진)도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주목을
끄는 상아탑 벤처다.

숭실대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는 이 회사는 전자공학부 배명진 교수의
원천기술을 받아 에밀레 종소리를 내는 모형종을 상품화했다.

이 제품은 에밀레종 특유의 저음을 30초 가량 계속 낼 수 있는 것이 특징.

한국의 손꼽히는 문화재인 에밀레종 원음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새 천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자대종을 최근 제작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구은행의 후원으로 1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종은 경북 구미시
낙동강변의 동락공원에 설치됐다.

<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