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일을 참 열심히, 그리고 많이 한다.

분명히 월급도 더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아직 상류층에 속하지 못한다.

옷 한벌 살 때나 외식 한번 해도 마음 놓고 돈 쓸 정도의 여유는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최고급이 넘쳐 나고 상당히 많이 팔린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최고수준을 누리고 싶은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 가지고 있다.

산업사회의 우리는 직업 안정성이나 소득면에서 확신이 없다.

또 예전보다 일은 점점 더 많이 하는데도 생활에서 누리는 것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런 허전함을 채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는 한도 내에서 사치를 누리는 성향을 보인다.

최고급 아이스크림이나 고급 원두커피,고급 식기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이다.

비록 점심은 분식점에서 라면과 떡볶이로 배를 채웠지만 멋진 카페에서
최고급 원두커피를 마시는 순간, 나는 최고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현실은 그대로 있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부자가 된 느낌이다.

볼펜이 탄생하면서 만년필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고급 만년필은 필기구가 아니라 최고의 생활을 누리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부활했다.

최근 뮤지컬이나 오페라가 인기 있다.

환상적이고 이색적인 재미도 있지만 예산한도 내에서 가장 좋은 로열석에서
뮤지컬이라는 최고급 문화를 누릴 수 있다.

바닷가에서 민박하는 것도 재미있는 휴가이지만 특급 호텔 패키지 휴가도
인기다.

그 며칠의 휴가동안 나는 최고가 될 수 있다.

옷을 모두 고급 브랜드로 사 입으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지만 액세서리만
으로도 연예인 수준의 패션을 누릴 수 있다.

같은 제품을 파는 매장이라도 멋진 정장을 입은 사람이 해주는 최고의
서비스를 받는다면 나는 순간 최고가 된 느낌이 든다.

일생에 한번 있는 결혼식에서 리무진을 타고 싶은 것도 그러한 이유다.

일반 서민은 크게 사치를 즐길 여유가 없지만 이들이 가끔씩 최고수준을
누리도록 해준다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단 지출규모가 너무 커서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만년필과 같은 아이템이 또 무엇이 있을까.

고객에게 최고가 되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어떤 서비스를 하면 좋을까.

< cho3510@samsu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