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보화가 겉돌면서 아예 e비즈니스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정보화라고 해봐야 PC 몇대를 놓고 단순문서를 작성하거나 회계.인사.영업.
수발주 관리 등 일부업무를 전산화하는데 그치고 있다.

기업 경쟁력제고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설계.공정관리 자동화 등 통합생산
관리나 경영관리 업무의 종합전산화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실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정보검색이나 전자메일 활용 수준에 머물러 있을뿐 웹사이트를
이용해 국내외 고객을 확보하거나 전자결재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같은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의 취약성은 최근 한국경제신문사가 기업정보화
지원센터 등과 공동으로 실시한 기업정보화수준평가 결과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번 조사에서 35개 중소기업의 정보화수준은 1백점 만점에 38.78점로
조사됐다.

조사는 각 기업의 정보기기 보유 및 응용실태를 실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같은 점수는 1백2개 전체 조사대상기업의 52.84점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다.

특히 조사대상 중소기업은 스스로 정보화가 상당 수준 진척돼 외부 전문가
의 진단을 받겠다고 신청한 곳들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정보화
수준이 훨씬 더 낙후돼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같은 중소기업의 낙후성은 최고경영자들이 정보화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재원이 부족해 정보통신망과 같은 정보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인력도 모자라 어렵게 들여 놓은 컴퓨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기업정보화지원센터 임춘성 소장은 "이번 조사에서 중소기업은 개별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초보수준"의 정보화를 추진하는 단계인 것으로 분석됐다"
고 설명했다.

또 한국소프트창업자문 강세호 사장은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그날그날 돌아
오는 어음을 막는데 급급한 실정"이라며 "자금운용에 여유가 생기더라도
정보화보다는 생산라인을 늘리는데 우선 투자한다"고 말했다.

정보화에 대규모 자금이 드는 것도 중소기업 정보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이나 고객관계관리시스템(SCM) 등을 도입해
정보화체계를 갖추는데 보통 수억원의 자금이 든다.

중소기업이 이같은 시스템을 들여놓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정부의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제도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구축이나 상품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지역산업기술정보망 구축운영
사업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마련돼 있으나 지원기관이 통일성없이 이곳저곳
으로 갈라져 있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중소기업 정보화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술인력 파견이나 업무표준화
등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정건수 기자 ks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