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30명도 안되는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왁자지껄한 사연들이 정겹다
시대 배경은 확실치 않지만 코카콜라가 나오는 것으로 봐선 80년대초쯤 되는
것 같다.
학교 형편으로 치면 60년대 초 한국 국민학교의 벽지분교 수준.
백묵을 하루 1개비씩 써야 할 만큼 사정이 어렵다.
"책상서랍속의 동화"는 한 명뿐인 교사가 학교를 잠시 비운 사이 대리교육을
맡은 13세 소녀가 이끈다.
그가 한달 시한부 근무로 받을 수고비는 중국돈 50원.
콜라 10병 값이 될까 말까 지만 놓칠수 없는 돈이다.
그에겐 별난 계약조건 하나가 따라다닌다.
학생이탈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영어제목이 "한 사람도 잃지 말라"는 뜻의 Not One Less로 붙여져
있다.
약조받은 보수가 줄어들까 탈영(?)방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어린 대리교사
의 모습이 애처럽다.
그러나 끝내 한 개구장이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결원이 생기게 됐다.
목숨같은 50원이 날라갈 판이니 어린 선생님의 심기가 오죽하겠는가.
여기서부터 주인공의 눈물겨운 가출소년의 색출이 시작된다.
무작정 도회지로 뛰어들어 "월급 담보물"을 찾아 나선 것.
걸식과 노숙을 하며 "어린 양"을 찾아헤매는 모습은 감동스럽긴 해도
진실성엔 의문이 간다.
장이모(장예모) 감독은 그 동기로 ''50원''을 내세우지만 어딘가 중국홍보의
냄새가 짙다.
혹시 어린 대리교사를 앞세워 ''잘 살아보세''로 전진하는 중국 개미군단의
근면과 끈기를 선전하려는 저의는 없었을까?
언뜻 보기엔 제목이 상징하듯 동심의 풋풋한 냄새가 물씬한 영화다.
푼돈에 매달린 10대소녀의 집념엔 인간애를 느끼게 하고, 가난에 못이겨
가출이 줄을 잇는 중국농촌의 생활상은 연민을 자아낸다.
주인공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는 중국의 농촌과 도회의 풍물들엔
시대배경을 짙게 깔아 놓았다.
한적한 시골 길이나 온갖 가축들이 울어대는 농촌풍경이 향수를 일으키는가
하면 도회의 활기찬 저자거리는 중국의 격동기모습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중국의 역동적인 삶의 현장을 끼워넣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등장인물 태반이 소박하고 순수하게만 비춰진 것도 눈에 거슬린다.
허기에 지친 가출소년이 빵 하나 쯤은 훔쳐먹을 법 한데 끝내 양심을 지키는
모습도 그렇고...
행인들은 예외없이 인정많고 너그러운데 중화인민들의 심성이 모두 그럴까?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정치성짙은 해피 엔딩이다.
담백하게 그리던 수채화를 막판에 가서 현란한 서양화로 바꾼 격이다.
TV 아나운서를 동원하여 열악한 교육환경을 문제삼고 독지가의 자비심을
촉구하는 사회교육 방송이 등장하더니 문제의 두메학교엔 선물보따리가
쌓인다.
그렇지 않아도 이 영화는 지난번 칸 영화제에서 정치적인 색깔이 지나치다는
논란을 빚은 작품이다.
아무래도 장 감독은 "내 마음의 풍금"같은 시골학교의 서사극을 보여주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 같지는 않다.
< 편집위원 jsr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