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김동환(1901~?) 시집 ''국경의 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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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폐쇄사회 속에 살던 우리네 조상들은 우물가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주고 받았다.
물 한 모금 떠달라 해서 떠주고, 고맙다 인사해서 웃고 받고 하는 사이
사랑이 싹텄던 터다.
이 우물가 사랑은 고려 개국설화에도 나오고 임꺽정의 봉단이편에도 나온다.
말하자면 이 시의 맛은 토속적인데 있는 것으로, 이 시를 읽으면 우리
머리 속에 어여쁘고 수줍은 옛 처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평양성에 해 안뜬대두''라는 특정 지역을 든 비유가 토속적인 맛을 배가
시킨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6일자 ).